길 잃은 코스피… 회전율·거래대금 급감

입력 2013-04-22 18:41


엔저 가속화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국내 주식시장을 더욱 침체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양적완화로 대호황을 맞은 일본 주식시장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2개월 연속 4조원을 밑돌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회전율은 19.24%로 2011년 7월(19.03%) 이후 가장 낮았다. 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주식의 주인이 자주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고, 결국 시장에서 거래가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돼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우리 주가가 급락할 때에도 코스피시장 회전율은 20%를 상회했었다.

코스피시장 회전율은 지난 1월에는 30.53%로 크게 올랐었다. 연초에는 주식시장이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빅 마켓’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전율은 지난 2월 20.55%로 급락했고 지난달에는 20% 벽마저 깨지고 말았다. 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와의 ‘디커플링(다른 양상 진행)’이 계속되자 투자를 꺼리는 지독한 눈치보기 장세가 형성된 것이다.

계속된 일본의 엔저 정책에 북한의 전쟁 위협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진, 외국인 자금의 유출 등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3조8307억원에 그치며 지난 2월(3조6749억원)에 이어 2개월 연속 4조원을 밑돌았다. 주식 거래대금이 2개월 연속 4조원을 밑돈 것은 2007년 2∼3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7조∼8조원이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한다.

증시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심리가 완전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기관과 연기금의 매수세에 따른 일시적인 지수 상승에도 회전율이 의미있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