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癸巳倭亂… 직격탄 맞은 산업계 “수출 끊기고 매출 곤두박질”
입력 2013-04-22 18:40 수정 2013-04-22 22:12
엔저(円低)를 무기로 한 일본 아베 정권의 공략에 한국 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체들은 최근 상황을 ‘계사왜란(癸巳倭亂)’이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22일 우리나라 대표 수출업체로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100엔 환율 1% 하락 시 자동차 수출이 1.2%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9월말 원·엔 환율은 100엔당 1441.1원이었으나 최근 1119.1원으로 12.9% 절상됐다. 이에 따라 엔저로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는 15%, 자동차 대수로는 매달 8만대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해외에서 53만대 가량을 판매했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산업 등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수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경쟁이 심한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씩 수출이 줄어든다. 엔저 현상의 지속으로 달러당 110엔까지 갈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은 11.4%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알루미늄 소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A사는 엔저로 일본에서 신규 견적 요청이 뚝 끊겼다. 지난해 ‘견적을 내달라’고 요청했던 일본 기업들도 업체 실사를 보류했다. 일본 업체들은 대개 견적을 요청한 뒤 가격이 맞으면 상대 업체를 방문해 실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은 3월이 결산인 회사가 많아 보통 4월 초부터 업체들이 활발히 움직이는데, 올해는 견적조차 물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A사는 엔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14년과 2015년 사업계획을 새로 짜야 할 처지다. 회사 관계자는 “(엔저 상황이 덜 심각한) 중국과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물량을 완전히 뺏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축자재업체인 B사는 지난해 3월 대비 매출이 20% 이상 뚝 떨어졌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수출액이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B업체 관계자는 “일본과는 대부분 엔화로 거래해 엔저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거래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엔저로 매출이 감소하자 은행들이 서둘러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탈취제 제조사 C업체 측은 “수출 감소로 영업이익이 줄어 재무상황이 나빠지자 은행들이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고 있다”며 “정부도 이런 상황에 대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장희 권기석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