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조8천억 조세피난처 송금… 해외 금융투자금액의 40%
입력 2013-04-22 18:35 수정 2013-04-22 22:15
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법인세·개인소득세를 물리지 않거나 낮은 세율만 부과하는 조세피난처(tax haven)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금융회사가 아닌 국내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있는 역외금융회사에 금융투자(주식·채권 등) 목적으로 송금한 돈은 잔액 기준 16억2290만 달러(약 1조8192억원)였다. 지난해 말 국외 금융투자 잔액 40억450만 달러의 40.5%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조세피난처로 흘러간 돈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현재 집계된 금액은 국내 기업이 한은에 공식적으로 신고한 금액만 따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신고 투자액’과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제외한 다른 조세피난처로 송금된 금액을 감안하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케이만군도 송금액이 2010년 4억171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억2940만 달러로 가장 크게 늘었다. 케이만군도에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동양 효성 등 국내 대기업의 자회사 14곳이 있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은닉재산 명단을 확보해 관심을 끌고 있는 버진아일랜드의 경우 2010년 5670만 달러에서 지난해 5100만 달러로 다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저조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조세피난처로의 송금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조세피난처에 송금된 금액 중 탈세 목적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