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CEO 인사 관여 발언 논란 확산
입력 2013-04-22 18:34 수정 2013-04-22 22:15
신제윤 “자기들끼리 해선 안돼” 제동
금융권 “낙하산·관치금융 강화 우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직접 관여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자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겨냥하고 금융지주 회장의 절대 권력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율성 침해뿐 아니라 낙하산 인사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2일 “금융지주 계열사 CEO를 은행 출신 인사들이 독점하는 것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관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신 위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향후 줄줄이 예정된 금융권 CEO 인사에 대한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은행 부행장이 계열 보험사 CEO로 가는 것은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며 “외부에서 오더라도 보험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오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지금까지 금융지주 계열사 CEO에 은행 출신 인사들이 임명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금융위는 신 위원장 발언이 은행 출신 인사들을 챙겨주는 ‘보은성’ 인사에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 강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권에 대한 관치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비판이다. 지주 회장에 더해 계열사 사장까지 외부 ‘낙하산’으로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예고됐던 금융지주 CEO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KB금융그룹은 물론 그동안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받던 신한·하나금융그룹도 인사 태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신한·하나·KB금융 등 4대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내년 말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무려 41곳에 달한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우리·하나·외환은행은 물론 각 계열 카드·보험·증권사까지 주요 계열사들이 즐비하다. 만약 당국이 이들 민간 금융지주의 인사에 개입할 경우 지주사들은 전체 계열사 CEO 인선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금융권은 특히 신 위원장이 신한금융에 대해 “(지주 회장을) 자기네들끼리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여러 권력 실세들이 회장 자리를 노리고 ‘암투’를 벌였던 곳이다. 당시 류시열 회장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취임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011년 말 “앞으로 외부 인사는 계열사 CEO를 거치면서 신한 문화를 익힌 분이 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이후 계열사 CEO 가운데 지주 회장을 선출하는 취지의 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성, 운영해 왔다.
그러나 신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인해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 또다시 낙하산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나금융도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면 김종준 하나은행장 등 주요 CEO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인사 태풍의 영향권에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지주에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책이 시행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았는데 당혹스럽다”라며 “새 정부 들어 정부 간섭이 너무 많아져 자칫 관치금융이 일상화될까 겁이 난다”고 우려했다.
강준구 강창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