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테러범 잡은 CCTV, 사생활 침해 논란

입력 2013-04-22 18:20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인 차르나예프 형제를 붙잡는 데 CCTV가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여전히 사생활 감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사생활 침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미국인들은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수사당국이 테러 용의자를 단시간에 잡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이 많이 줄었다. 실제로 FBI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차르나예프 형제의 영상을 인근 백화점 CCTV를 통해 확보했다. 현재 보스턴 인근에는 모두 150대의 CCTV가 설치된 반면 뉴욕 맨해튼의 경우 3000대가 넘는 CCTV가 설치된 상태다.

폴리티코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광범위한 국민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빅 브러더’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라고 소개했다. FBI는 국토안보법에 따라 영장 없이도 국가안보증을 제시하면 개인 이메일과 전화통화, 쇼핑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국가안보증은 9·11 이후 연간 2만건 이상씩 발부되고 있다. 또 외국인만 감시하던 국가안보국(NSA)은 내국인 감청까지 영역을 넓혔다.

여기에 FBI는 1초에 3만6000개의 안면인식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안면인식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FBI의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닐 리처드 워싱턴대 법대 교수는 “길거리에 더 많은 카메라가 설치될 상황이지만 반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CCTV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2011년 법무부 연구자료를 인용해 볼티모어의 경우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해 범죄율이 38%나 줄었지만 워싱턴DC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한편 FBI는 차르나예프 형제와 연계된 테러리스트 12명을 추적해 그중 남성 1명과 여성 2명 등 3명을 보스턴에서 97㎞ 떨어진 곳에서 붙잡았다고 영국의 데일리미러가 보도했다. 이들은 은신한 채 공격을 준비하는 테러조직인 휴면세포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터뜨린 두 개의 폭발장치는 구글에서 얻은 정보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복잡한 것”이라며 테러조직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FBI의 신속한 검거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FBI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테러방지·정보 소위원장인 피터 킹 의원은 “사전에 감을 잡고도 FBI가 예방하지 못했다”며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이 벌써 다섯 번째”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