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 “함께 어려움 헤쳐가자” 중국 조직적 재난구호 나서
입력 2013-04-22 18:20
‘비에쿠 루산(別哭蘆山).’
지진이 강타한 루산을 오가는 구호품 차량, 구조 차량들은 빨간 글씨로 이렇게 쓴 플래카드를 차 양옆에 붙이고 다닌다. ‘루산이여, 울지마세요’란 뜻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쉐눙위수이·血濃于水)’거나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자(퉁저우궁지·同舟共濟)’라고 쓴 글귀도 보인다.
이번 지진 앞에서 당국과 루산 주민들을 보면 원촨(汶川)대지진 학습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허점이 보이긴 하지만 아주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호단체의 현장 방문을 아직까지 사절하는 것부터 그렇다. 재해 발생 초기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조작업과 부상자 치료는 물론 민심 무마작업, 구호품 분배 등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진 발생 직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제일성을 내놓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첫날 현장에 도착해 텐트에서 식사하며 구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루산 지진을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처음으로 맞은 ‘국난’이라는 차원에서 재난 구호에 나서고 있다. 쓰촨성 정부도 재해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소요를 일으키는 행위 등을 엄벌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쓰촨성 정부는 청두(成都)에 응급미디어 센터를 두는 등 민심의 향배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군과 무장경찰 등도 과거와 다름없이 재해지역에 집중 투입됐다. 21일 밤에는 군과 무장경찰이 지진 발생 뒤 어떤 활동을 했는지 특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야안시 정부나 루산현 정부도 역할분담에 따라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재해지역 숙박시설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비상 근무토록 하고 있다.
지진 발생 3일째인 22일 이런 조직적 대응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쓰촨성과 이웃한 여러 성에서 지원에 나섰는가 하면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별 탈 없이 재해지역 민심이 수습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혀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22일 오전 루산과 룽먼 사이 국도에서 일부 주민들이 “물도 없고 전기도 없는데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無水 無電 無人管)”라고 쓴 피켓을 길가에 세워 놓기도 했다.
앞으로 재해지역에 전염병이라도 돌면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단수, 단전 상태인 데다 화장실이나 쓰레기 처리 등에도 어려움이 있어 위생이 큰 과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인 셈이다.
루산=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