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 8000가구 살던 마을 쑥대밭… 전기·물·통신 모두 끊겨
입력 2013-04-22 18:14 수정 2013-04-22 22:29
정원교 특파원, 지진 참사 中 룽먼향에 가다
22일 오전 중국 쓰촨성 야안시 루산현 룽먼향. 인구 2만3000명의 평화롭던 작은 농촌마을은 황량한 폐허촌으로 변해 있었다. 향 정부 건물로 연결되는 2㎞가량 되는 중심 거리와 마을 곳곳에는 벽돌 등 건물 잔해와 지진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군인, 무장경찰, 민병 등은 주민들보다 많게 보일 정도였다. 특히 향 정부 주변에는 이들이 촘촘히 서서 민원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향 정부를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향 정부 건물 옆에서는 원촨 인민의원 의료봉사대가 이곳 주민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다. 응급차량과 기본적인 약품만 구비한 정도였지만 룽먼 사람들은 길게 줄을 이었다. 들것에 실려 이곳으로 오는 환자도 있었다.
의료봉사대 관계자는 “5년 전 원촨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며 “이제 우리가 갚아야 할 차례라는 생각에 가장 피해가 큰 룽먼향을 찾았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 뤄루이쉐(駱瑞雪·17)는 “우리 집도 완전히 무너졌지만 이곳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다”며 “올해 103세인 외할머니도 나를 칭찬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은 인명 피해보다는 가옥 파괴가 특히 심했다. 향 정부 홍보관계자는 “전체 8000여 가구 중 7000여 가구가 파손돼 집안에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마을 입구와 루산에서 룽먼으로 연결되는 왕복 2차로 좁은 도로변에는 길가에 무리지어 나와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위험한 집안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룽먼향은 무엇보다 단수, 단전에다 통신도 두절돼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특히 단전, 단수로 인해 위생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다 룽먼향이 자랑하는 용암석굴 관광지 룽먼둥도 파괴돼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당국은 파괴된 건물 등을 정리하려는 시도는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를 오토바이로 루산에서 룽먼까지 태워 준 러허윈(樂和雲·49)씨는 사람들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집에서 잠을 잘 수가 없는데 텐트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룽먼향은 21일부터 텐트를 나눠주기 시작했지만 아직 텐트 설치 작업은 끝나지 않은 형편이다.
당국은 현재까지는 인명 구조나 구호품 분배, 치안 유지 등에 우선 신경을 쓰고 있었다. 특히 ‘황금의 72시간’을 내세우며 인명 구조에 최우선 역점을 두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야안, 루산, 룽먼 등 재해지역에 대해서는 아직도 택시나 일반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황금의 72시간이란 매몰자의 경우 사흘 내에 구조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렇게 부른다.
야안에서 루산을 거쳐 룽먼으로 가는 길은 ‘4·20 루산지진’을 겪은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차량 앞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사람들, 빨간 깃발을 앞세운 채 피해 현장으로 향하는 인민해방군, 화재가 난 집의 불을 끄는 소방차, 길가에 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노인들,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는 어린이들….
룽먼향 사람들은 지진 사흘째가 되면서 지진 직후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인간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쓰촨성 정부는 이날 낮 12시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188명, 25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1만1470명이다.
루산=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