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정서 조여오는데 ‘女승무원 폭행’ 일파만파 ‘임원 언행 주의보’

입력 2013-04-22 18:08 수정 2013-04-22 22:04


포스코 에너지 임원이 국제선 비행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진 뒤 재계에서는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출장, 회식 자리 등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대기업 옥죄기’ 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 행여 반기업 정서가 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포스코 에너지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해당 임원을 보직 해임하기로 했다”며 “정확한 진상파악 후 해고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해당 임원과 경영진이 직접 피해자를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기로 하고 현재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이번 사건이 기내식 라면 때문에 발생한 점을 빗댄 패러디가 잇따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론 보도대로 그러한 잘못을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임원이 근무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이 매도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인터넷에 있는 댓글을 보며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면서 “한 임원의 잘못된 특권의식이 대기업 전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번 사건이 안 그래도 위축된 대기업을 더욱 고립시키지 않을까 우려했다.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세금 탈루 등의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정부기관이 경쟁적으로 대기업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들은 잘못된 언행 하나가 해당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처신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부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사자의 해명도 반드시 들어볼 필요가 있지만 이런 주장은 다수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다”면서 “대기업들도 잘못한 측면이 있지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 등으로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비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