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선교도 “변해야 산다”… 기독동아리 변신중

입력 2013-04-22 17:58


‘세종대왕 지옥 갔나요?’

서울 신촌 연세대 캠퍼스에 최근 도발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연세대 기독동아리인 IVF(한국기독학생회)가 개최하는 포럼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동아리 회원인 김민수(23)씨는 “기독교에 쌓인 사회적 불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선교의 꽃 ‘기독동아리’가 변신하고 있다. 이단 침투, 기독교 이미지 악화 등 선교를 가로막는 거센 도전에 맞선 응전이다. 기독동아리 회원들로부터 캠퍼스선교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입회원 모집은 ‘하늘의 별따기’=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JOY(조이선교회)는 올해 신입회원 2명을 받았다. 10명 넘게 들어오던 3∼4년 전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 외대의 경우 정식으로 등록된 기독동아리 7곳 중 4곳이 지난해보다 신입회원이 줄었다.

기독동아리 신입회원수 감소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연대CCC(한국대학생선교회) 최수찬(31) 간사는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로 학생들이 너무 바빠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대IVF 변성현(22)씨는 “기독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미지가 나빠진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서 활동 중인 기독동아리 회원들 상당수는 이단들의 공격적인 포교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이화여대CCC에서 활동 중인 이지나(23)씨는 “이단 단체들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전도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 동아리 변신 키워드는 ‘소통’=캠퍼스에서 만난 기독 학생들은 “기독 동아리의 부흥을 위해서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동아리가 되어야 한다”는 자기반성과 깨달음이 캠퍼스 선교 현장에서 이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CCC가 대학교 연합으로 신촌 연세대에서 개최한 ‘여우사이(여기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행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CCM 가수 소향이 출연하고, 난타 공연도 이어졌다.

이화여대 CCC는 ‘즐기면서 A학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교 전반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선·후배 간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CCC 회원인 이지나씨는 “기독교적인 색채를 빼고 비신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집토끼’부터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장근성 총무는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기존 기독학생들의 기독동아리 참여율을 높여 선교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회와 학원선교 단체 간 선교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복협 조사(2012년)에 따르면 현재 기독대학생의 캠퍼스 선교단체 참여율은 7%에 불과하다.

박세환 전수민 조성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