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 45% “자살 생각해”
입력 2013-04-22 17:49 수정 2013-04-22 22:33
사례 1: 교묘한 괴롭힘 때문에 자살 시도
초등학교 5학년인 A양은 반 친구 5명으로부터 교묘한 형태의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이 “미안 실수”라면서 똑같이 치고 지나가거나 지우개 가루를 머리에 뿌리고는 실수였다며 ‘키득키득’ 소리 내 웃는 식이다. 교사나 부모에게 말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발뺌하는 데다 괴롭힘의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A양은 반 전체 학생의 괴롭힘 대상이 됐다. A양은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으며 2주째 등교하지 않고 있다.
사례 2: 중학교까지 따라온 ‘왕따 꼬리표’로 정신과 진료
중학교 2학년인 B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해 왔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점점 더 심해졌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중학교까지 따라와 “왕따당하다 온 찐따”라는 소문을 내면서다. 중학교로 올라와 사귄 친구들까지 B양을 따돌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학교는 물리적 폭력이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현재 B양은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에서 상담받은 학교폭력 피해 사례들이다. 다양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한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10명 중 4∼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청예단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교 2학년생 5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청예단이 2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2.0%였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18.3%에서 12.0%로 낮아졌다. 그러나 ‘고통스러웠다’(31.1%), ‘매우 고통스러웠다’(18.2%) 등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률은 33.5%에서 49.3%로 증가했다.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 등으로 학교폭력이 양적으로 감소했지만 피해 학생의 고통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 학생의 고통이 증가한 점은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 중 44.7%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2011년 31.4%보다 13.3% 포인트나 증가했다. 매일 자살을 생각한다는 학생도 5%나 됐다.
학교폭력을 당하고도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학생은 33.8%였다. 이들은 ‘일이 커질 것 같아서’(29.8%) 혹은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5.8%)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응답이 27.6%에 달해 여전히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유미 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학교 등에서 실질적이고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폭력이 장기화될 때 혼자 고민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