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풍경과 어우러진 우직한 고향 부모들의 삶… KBS1 ‘다큐공감’
입력 2013-04-22 17:28
다큐공감(KBS1·23일 밤 10시50분)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가파도. 이곳은 제주의 봄이 맨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봄은 가파도 중에서도 56만1900㎡(약 17만평) 넓이의 청보리밭을 가장 먼저 찾는다. 보리밭에 착륙한 봄은 제주의 감자나 쪽파, 마늘이 자라는 땅을 차례로 노크하며 제주를 물들인다.
제작진은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 완도의 작은 섬 청산도, 경남 남해, 전남 구례 등을 차례로 찾는다. 우리나라에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풍경을 담아낸다. 각 지역의 독특한 풍습 등도 전한다.
우선 청산도에서는 독특한 구들장 논(돌로 구들을 만든 뒤 흙을 덮어 논으로 만든 것)과 이 논에 기대 살아온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구들장 논은 지난 1월 농림수산식품부(현재의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업유산심의위원회로부터 국가농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받았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작진은 구들장 논이 펼쳐진 청산도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다섯 자식을 키워낸 김주찬 부부를 만난다. 부부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둘째 아들을 밭 한 편에 묻었다고 한다. 자식을 키워 낸 땅에 다시 자식을 묻은 것이다. 부부는 10년 넘게 품어온, 아들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전한다.
청산도에 구들장 논이 있다면 남해엔 계단식 논이 밀집한 다랑이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소열 할아버지는 소가 끄는 쟁기로 땅을 일구고 있다. 소는 사람 나이로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의 22년 지기(知己) 우렁이. 방송은 지난해 태풍으로 무너진 논의 경계에 하나하나 돌을 쌓아 세우는 할아버지의 봄날을 담아낸다. 제작진은 “꾸밈없이 우직한 고향 부모들의 삶이 봄과 한데 어우러져 푸석한 도시민들 마음에 봄비 같은 ‘힐링’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