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해군에 입대할 예정인 대학생 A씨. 심각한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코막힘과 만성 두통을 9년째 달고 살았다. 게다가 코골이도 심해 군 입대 후 내무생활이 걱정되는 처지다.
A씨는 최근 지병을 먼저 치료하고 입대해 ‘민폐’와 걱정을 덜자는 생각으로 한 콧병 전문 병원을 방문, 진찰과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비중격(좌우 코 안의 경계를 이루는 물렁뼈)이 많이 휘어 비뚠 상태인데다, 콧속이 만성 비염으로 부어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코가 꽉 막힌 것만큼 불편한 삶이 또 있을까. 최근 들어 만성 코막힘 증상 때문에 코 수술을 받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임상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대표원장 이상덕)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심각한 코막힘 증상 때문에 ‘비중격만곡증’ 수술을 받은 환자 1552명을 분석한 결과, 20∼29세가 39.8%(618명), 10∼19세가 14.2%(220명)로 20대 이하 청소년 환자들이 5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2003년 이 병원을 찾아 코 수술을 받았던 20대 이하 비중격만곡증 환자 비율(26%)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 다음으로는 30대 25.8%, 40대 11.7%, 50대 6.9%, 60세 이상 1.5% 등의 순서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수술 환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자가 1261명(81.3%)으로, 여자(29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콧속을 좌우로 가르는 물렁뼈인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어져 비염을 악화시킬 때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수술은 콧속을 절개해 비중격을 반듯하게 편 후 봉합하는 방법(비중격 교정술)이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장기간 약물치료나 생활환경 개선 방법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때 시행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정도광 원장은 “보통 비중격만곡증 수술 시기는 비중격 발육이 완성되는 17세 이후가 좋다”며 “하지만 만성 비염 등으로 코막힘이 너무 심하거나 그로 인해 코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안면부 골격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될까봐 더 어린 나이임에도 조기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코막힘을 완화시켜주긴 하지만 용법과 용량을 준수해야 하는 약물치료를 피해서 수술 한 번으로 끝내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특히 10대 중·고교생들일수록 두드러졌다.
예컨대 20대 청년들은 입대 전, 결혼 전(코골이 치료 목적), 해외유학 시 등과 같이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아 지병 퇴치로 변신을 꾀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10대 중·고교생들은 심각한 코막힘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에 지장이 있고, 입을 벌리고 자거나 코를 고는 버릇 등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개선할 목적으로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맞춰 수술을 받는 비중이 높았다. 또 입시 준비로 부담이 따르는 고교 3학년 때보다는 1·2학년 때 수술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
정 원장은 “30대 이상 중장년층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만으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견디다 마지못해 수술을 결정하는 반면, 청소년들은 하루라도 빨리 한 번의 수술로 코막힘이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경향이 높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비중격 교정술은 20∼30분 정도 소요되며 수술 후 약 한 달간 통원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후 간단한 샤워는 가능하나 2∼3주간 샤워나 수영, 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물론 비중격이 휜 상태라고 해서 반드시 코 질환이 있거나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 원장은 “비중격이 휘어져도 코막힘 등의 이상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이때는 당연히 미용 목적 외엔 교정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치료를 위한 코 수술은 코가 휘어진 정도가 심해 코막힘 등 코 기능 장애가 심할 때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코 막혀 고통… 수술받는 청소년 급증
입력 2013-04-22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