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하면 장염 발병 원인된다”
입력 2013-04-22 17:03
세균 퇴치에 쓰이는 항생제가 오히려 장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사용 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장연구학회는 인제의대 소화기내과 김유선(사진) 교수와 한양의대 소화기내과 한동수 교수팀에 의뢰해 서울백병원 등 전국 17개 대학병원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장염 진단을 받은 ‘항생제 연관 장염(CDI)’ 환자 1367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92%가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22일 밝혔다.
CDI는 비염, 기관지염 등 우리 몸에 생긴 염증 치료를 위해 사용한 항생제가 세균 또는 바이러스 퇴치는커녕 엉뚱하게도 되레 장염을 유발한 경우를 말한다. 2004년 17.2명에 불과했던 국내 병원 입원 환자 1만명당 CDI 환자 수는 2005년 20명, 2006년 21명, 2007년 24명, 2008년 27.4명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조사결과 염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성분과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두 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분별로는 광범위한 항생제로 흔히 처방되는 세팔로스포린 제제가 41.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퀴놀론 제제가 12.9%로 2위에 올랐다.
장염은 평균적으로 이들 항생제 사용 후 4∼6일이 지난 뒤 발생했다. 장염의 대표적 증상인 설사는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지속됐다. 환자들은 또한 일반 세균성 장염에서 나타나는 복통과 발열, 백혈구 증가, 저알부민혈증 등의 증상들도 거의 동시에 경험했다.
항생제 처방으로 장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항생제가 정상 세균도 함께 파괴해 세균 감염에 취약한 장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항생제 사용 후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일단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고 장염 발병 여부부터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감염병 분야 국제 학술지 ‘에피데미올로지 앤드 인펙션’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