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비상등 켜진 비뇨기과 진료

입력 2013-04-22 17:02


비뇨기과 진료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비뇨기과는 정부 정책과 사회 환경 변화, 그리고 의료 환경 악화 및 전공의 감소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의료계에서 비뇨기과의 미래가 암울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비뇨기과에 불어 닥친 위기 중 하나는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비뇨기과는 의료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3년 정원 대비 138%에서 2011년 54.9%, 2012년 39%로 급감했다. 이는 각 임상 진료과목 중 최하위 수준의 지원율이다. 이로써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최근 10년간 무려 68.5%나 하락했다.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경남 지역 전공의 지원은 1명, 충북과 전북은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남지역 한 대학병원에서는 지원자 감소로 인한 인력난 때문에 전공의들이 사표를 내는 등 이미 지방 병원 곳곳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배뇨장애 및 요실금 등 비뇨기과 진료 영역의 환자 수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립선암은 1999년 6.1명에서 2009년 29.6명으로 10년 사이 무려 386%나 증가했다.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국내 암 발생빈도 2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 중 하나이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지금과 같이 계속 하락한다면 부족한 의사인력으로 인해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등 진료 환경이 나빠져 전립선암 등 비뇨기계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게 분명하다.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비뇨기과 기피 현상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있다. 비뇨기과는 남녀 요도, 방광, 신장 및 생식기관의 질환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성병 등 일부 한정된 질환만 다루는 곳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의료수가가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해법은 간단하다. 의정당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의료수가를 높여 의과대학 졸업생들에게 지원 동기를 부여해주고, 비뇨기과 진료의 전문성을 확립해 나가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옮겨야 한다.

물론 비뇨기과학계도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가 없어 전립선암, 요실금 등 비뇨기 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진료공백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