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의승 (7) 내 인생 나침반은 ‘주님의 부르심’과 ‘그 응답’

입력 2013-04-22 17:27


나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부르심’과 ‘그 부르심에의 응답’이라고 본다. 우리는 결코 우연히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새들백교회 릭 워런 목사님이 ‘목적이 이끄는 삶’에 쓴 것과 같이 우리는 모두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저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정의승’이란 당신의 자녀를 통해서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 있고, 그 하나님의 위대한 일에 나를 동참시키기 위해서 지금, 이 시대에 나를 태어나게 하신 것이다. 그것을 확실히 믿는다. 인생은 부르심에 따라 오며, 부르심에 따라 살며, 내 손에 쥔 것을 갖고 그 부르심을 이루는 것이다. 손에 쥔 것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크건, 작건, 부르심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 가장 비극적인 인생은 그 부르심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번도 부르심에 순종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인생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한 우양재단의 모토와 같은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에 나와 있는 “내 양을 먹이라”는 주님의 말씀이다. 요한복음 21장 15절부터 17절까지의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에서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자신들이 3년간 따랐던 예수님이 허망하게 십자가 처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허탈해 하는 제자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내 양을 먹이라”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버리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간 제자들의 마음을 치유시켰다. 다시 갈릴리 어부의 삶으로 돌아간 제자들에게 회복이 일어났다.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지난 시절 ‘정의승’이라는 한 인간을 통로 삼아 행해진 일은 “내 양을 먹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돈이 생겨도 나는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가능하면 단순하고 검소하게 살려 노력했다. 사치를 경계했다. 비행기를 탈 때에도 가능한 한 등급이 낮은 좌석을 이용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주신 물질을 그분이 나를 부르신 그 부르심에 맞게 사용하려 했다. 주님은 베드로뿐 아니라 나에게도 “내 양을 먹이라”고 하셨다. 그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부르심이다.

주님 앞에서 인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프로이드가 말한 대로 진정한 자아(트루 에고·True Ego)와 겉으로 비친 자아(슈퍼 에고·Super Ego)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세상이 알아주는 나와 진실된 나 사이의 간극이 있다. 우리는 세상에 비쳐지고 각색된 ‘멋진 나’가 아니라 발가벗겨진 ‘진정한 나’로서 하나님 앞에 선다. 그 주님 앞에서 모든 인생들은 겸손해야 한다. 이 ‘역경의 열매’도 내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로만 영광 돌리는 도구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내가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가졌던 믿음 때문이었다. 순수했던 그 시절에 간직한 믿음이 평생 가는 것을 느낀다. 고등학교 시절 김진만 의원 집의 입주 가정교사로 있던 나는 고3 때에 그 집에서 나와 북평고등학교 근처의 감리교 목사님 댁에서 졸업 때까지 머물렀다. 성도 수 100여명의 조그만 교회였다. 함께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목사님이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매일 새벽 기도시간에 교회 종을 울렸다. 자주 교회 오르간을 치기도 했다. 지금도 믿음생활에 타성이 생기면 새벽에 교회 종을 치던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셨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부르심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그저 살기 위해 살지 말고 사명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