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치매발병 확률 높다

입력 2013-04-22 17:13


노인성 난청 환자 박모(75·서울 논현동)씨는 최근 삼출성 중이염 진단을 받고 중이 성형 수술을 받았다. 양쪽 귀에 모두 보청기를 껴도 말소리가 선명하게 잘 들리지 않고, 귀가 계속 왕왕거리며 자주 먹먹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동안 보청기판매점에서 맞춘 보청기 주파수 조절만 했을 뿐 이비인후과 난청클리닉을 방문, 귀 진찰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결국 박씨는 중이염 수술과 함께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보청기를 다시 맞추고서야 예전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노인성 난청으로 청력이 떨어진 경우 곧바로 보청기로 손상된 청력을 보완해주는 게 좋다. 왜냐 하면 한 번 손상된 청력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인성 난청을 계속 방치하면 치매가 촉진되기도 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원장의 도움말로 노인성 난청을 어떻게 막고,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꼴 난청 경험=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각기관의 노화현상으로 청력이 점차 감퇴하는 귓병 중 하나다. 노년층에선 퇴행성관절염과 고혈압 다음으로 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생기는 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이들 4명 중 1명이 난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성 난청은 자음 구별에 영향을 주는 고음역부터 난청이 진행되는 게 갑자기 귀가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 삼출성 중이염 등 각종 귓병으로 인한 일반 난청과 다른 점이다. 보통 초기에는 일상의 대화음역대 소리 크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점점 난청이 진행될수록 어음 분별이 안 돼 대화 시 상대방에게 말을 되묻거나 시끄러운 곳에선 아예 대화를 못할 지경이 된다.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치매 발병 위험 증가=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나이가 든 후 잘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살다보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뿐 아니라 치매를 합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몇 해 전 난청과 치매의 관계를 규명한 역학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 이과(耳科)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노인성 난청과 치매 관계를 밝히기 위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동안 청력검사와 인지기능검사를 실시하며 60세 이상 미국 성인 639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25∼40데시벨(㏈) 정도의 낮은 소리를 못 듣는 정도의 경도 난청인은 그 이하 소리도 듣는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평균 1.9배, 41∼70㏈ 수준의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중등도 난청인은 3배, 고도 난청(71㏈ 이상)인은 무려 4.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결과 치매 환자 중 약 3분의 1은 노인성 난청을 합병하고 있었다. 김 원장은 “이는 난청이 심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난청 발생 시 곧바로 보청기를 사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인지기능 점수가 더 높게 측정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난청인의 보청기 사용이 인지기능 향상, 즉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보청기도 난청클리닉에서 맞춰야 효과 본다=한 번 떨어진 청력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난청이 생기면 가능한 한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그러자면 다양한 청력검사,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개인 맞춤 보청기 처방 등 청각재활훈련 및 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이비인후과 난청클리닉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성 난청을 극복하기 위해선 특히 보청기 착용 후에도 일정 기간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소리(주파수)를 찾아 세밀하게 조절, 적응해 나가는 재활훈련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청기 착용 후 돌발성 난청이나 삼출성 중이염 같은 귓병을 합병,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김 원장은 “보청기의 기계적인 튜닝에만 급급하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쳐 청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며 “귀가 잘 안 들릴 땐 임의로 보청기를 구입해 함부로 착용하지 말고 즉각 난청 전문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최적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