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같은 유라시아판 연결… 덩달아 움직일 가능성”

입력 2013-04-21 15:51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 전문가 진단

한반도 주변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에서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다만 이번 지진의 원인과 메커니즘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충화 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교수=한·중·일 3국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지진이 또 다른 지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유라시아판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유동하면 한반도도 덩달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지진의 원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 내륙에서 국소적으로 발생한 지진의 경우 한반도에 영향을 주기 어렵겠지만 쓰촨성 지진은 진도 7.0 규모여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일본 열도 남서부 지역의 판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특징이 있다. 혼슈섬 남쪽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이 한반도에 압력을 가한다면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얼마나 영향이 클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신안 앞바다의 4.9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큰 편이다.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올라오면서 생긴 장력이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쓰촨성 지진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주변에서 지진의 빈도수가 많아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다. 과거엔 동해안이나 내륙 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번에 서해안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서해안 지진은 규모가 2.0 정도였는데 이번에 4.9까지 규모가 올라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지진 관련 조직을 확충하는 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이번 지진은 각각 다른 원인과 메커니즘을 가진 개별 사건일 뿐 서로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진 발생의 원인도 제각각이다. 20일 쓰촨성 지진은 2008년 쓰촨성 원촨 대지진의 연장선이다. 이 지역은 먼 과거에 지구의 판이 부딪혔던 경계로, 활성단층들이 모여 있는 지진대역이다. 과거에 지진이 많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21일 오전 신안 앞바다 지진은 길이 1㎞ 미만 짧은 활성단층의 활동 과정에서 생긴 단발적 지진이다. 같은 날 낮 일본 도쿄 해상 지진은 2011년 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으로 보인다. 당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지진이 발생했고 이번에도 원인은 동일하다. 물론 나비효과처럼 중국 지진이 장기간에 걸쳐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대 과학이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세 지진은 거의 무관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쓰촨성 지진은 중국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도판이 북상하면서 유라시아판과 충돌해 히밀라야 산맥, 티벳 고원을 만든 것과 같은 양상이다. 인도판은 계속 북상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일본 서남해안의 경우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내려가면서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축적된 에너지는 우리나라로 오면서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 빈도가 낮고 발생하더라도 강도가 크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지역의 판 구조나 지진 양상으로 미뤄볼 때 한반도도 오늘과 같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판이 직접 부딪히기 때문에 규모 7 이상의 큰 지진이 일어나지만 우리나라는 경계 안쪽에 위치해 큰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활성단층’이라는 약한 부분은 응력이 발생하면 깨지기 쉽다. 쓰촨성 지진처럼 큰 지진이 발생하면 판의 경계에 단기간 큰 응력이 생겨 안쪽 약한 부분까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판의 안쪽도 주변부만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잦은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내부쪽 지진 활동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특정 지역의 지진활동에 대해 예의 주시해서 면밀히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