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설비투자 침체

입력 2013-04-21 19:14

제조업 부활하는 미국·일본에서 배워라

최근 기업 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지난해 하반기 6.1%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서 1월 15.6%, 2월 18.2%나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의 설비투자 침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봤다. 2003년 카드사태 때는 이전 고점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15.3% 포인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34.9% 포인트 각각 떨어졌는데 최근엔 38.5% 포인트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안 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174개 주요 상장사의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127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 1차적 이유는 국내외 경기가 부진한데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공장 하나를 짓더라도 수십 가지 규제를 받아야 하고, 제 밥 그릇을 챙기기 위해 걸핏하면 공장을 멈춰버리는 강성노조도 기업들을 한국에서 등 돌리게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들이 국내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 사례는 극히 드물고,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현대차의 경우 해외생산비중이 국내 생산비중을 넘어섰다.

문제는 국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성장여력이 감소해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 수익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기업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경기부양만으론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6.5%에서 3%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기업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유인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최근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고 있다. 애플이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컴퓨터 공장을, 구글은 안경처럼 착용하는 스마트컴퓨터인 ‘구글 글래스’ 제조공장을 짓기로 했고 포드는 소형트럭 등을 다시 미국에서 생산한다. GE 월풀 콜맨 등도 해외생산시설을 갖고 오거나 국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임금이 크게 올라 이전보다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법인세를 내리고 설비이전 비용의 20%를 보전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니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엔저 정책 지원을 받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멈춰섰던 공장을 다시 돌리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는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는다.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고 서비스산업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할 길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불황기에 선제 투자한 기업들만이 달콤한 성장의 열매를 누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도전하지 않는 기업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