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증하는 공기업 부채, 유관부처가 책임져야

입력 2013-04-21 19:12

공기업의 부채가 4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당장 발등의 불을 끌 방안의 수립과 실천이 시급해졌다. 어제 28개 주요 공기업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들의 총 부채는 392조9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말의 361조4202억원보다 8.7%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인 445조2000억원에 근접했다.

더 심각한 것은 증가속도다. 2002년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64조원에 불과했으니 11년 만에 무려 6.1배나 증가한 셈이다. 막대한 부채는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잠재적인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따라서 공공요금 인상, 공기업 경영혁신, 그리고 필요한 부문에서는 민영화 조치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요구된다.

공기업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난 수년간 정부 정책을 반영한 대규모 신규 사업 추진과 사업 확대를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 MB정부의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 주택사업,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건설 등이 그것이다. 해당 공기업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부의 필요에 따라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많은 데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사업비용을 공기업에 전가하기도 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지하철 운임 등 공공요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도 공기업 부채 증가의 큰 원인이다. 정부는 물가관리를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턱없이 낮은 할인요금제나 무임승차를 유지하는 식의 선심을 쓰고 있다. 그러는 동안 공기업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원가보다 싸게 공급되는 공공서비스는 공기업의 적자 상환부담을 결국 세금형태로 국민 전체, 특히 미래의 근로계층에 집중적으로 떠넘기게 만든다. 게다가 전기와 물 등의 낭비를 부추겨 발전소와 댐의 과도한 추가건설의 빌미가 된다. 전기·수도요금과 지하철 운임도 당장은 싼 게 좋을 것 같지만, 공기업 적자와 자원낭비의 악순환을 생각할 때 결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공공요금을 시장원리에 따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시급하다.

공기업 부채 증가의 최종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공기업 부채의 대부분이 정부와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공기업이 대신 내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 가운데 국가가 관리해야 할 부채와 공기업이 책임져야 할 부채를 구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무총리실이 부처별 평가를 할 때 유관 공기업의 부채관리 실적 항목을 추가하면 각 부처가 적자요인을 공기업에 함부로 떠넘기지 못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국정철학’이라는 이름아래 공기업에 대해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지 말고 전문성을 중시하는 내부승진 및 공모제를 내실화해 방만한 경영을 탈피하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