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희망의 노래 “장기기증 동참해요”… 밴드 ‘도너 사운드’ 첫 콘서트
입력 2013-04-21 19:01 수정 2013-04-21 10:30
“장기기증이 좋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하려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일 오후 6시30분 서울 홍익대 앞 어울마당로에서 펼쳐진 ‘2013 장기기증 생명나눔 콘서트’ 현장.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와 한국노바티스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후원한 이 자리에서 음악을 통해 생명 나눔의 고귀함과 희망을 알리기 위해 지난 1월 국내 처음 결성된 프로젝트밴드 ‘도너 사운드(Donor Sound)’가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도너 사운드는 최고령 김영호(68)씨를 비롯해 김종상(40·가정의학 개원의), 권재근(53), 김유진(31·여·학원강사), 노연지(21·여·홍익대3), 박욥(31·충남대법학전문대학원), 구은택(27·여·삼성서울병원), 김현중(27·공익근무요원), 권찬미(25·여·이화여대4)씨 등 세대를 초월한 9명으로 구성됐다.
김영호, 권재근, 김유진씨 등 3명은 뇌사자 등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김종상씨 등 6명은 장기 기증을 서약한 이들이다. 멤버들은 지난 2월부터 주 2∼3차례 모여 공연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국민일보 2월 5일자 7면 보도). 슈퍼스타K4 준우승 그룹 ‘딕펑스’가 도너 사운드의 음악 지도를 맡아줬고, 이날 축하 공연도 했다. 딕펑스의 다이내믹한 무대가 끝나고 도너사운드가 등장했다.
키보드 겸 보컬을 맡은 구씨가 “실력은 한참 부족하지만 장기 기증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며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를 연주하자 객석에서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이라이트는 백발에 중절모를 쓰고 등장한 김영호씨의 색소폰 연주. 김씨는 “밴드에도, 이곳에도 어울리지 않는 나이지만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 나눔인지 보여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서툴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열중하는 그의 모습에 500여 관객들은 열광했다.
공연이 끝나고 9명의 멤버는 대기실에서 서로 손을 잡고 무대 위에서 느꼈던 감동을 나눴다. 리더 김종상씨는 “앞으로도 도너사운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개그맨 허경환씨가 사회를 맡은 이날 공연에선 장기기증 OX퀴즈 풀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진행돼 젊은층의 호응을 받았다. 대학생 등 모두 65명이 즉석에서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