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개용·자체 집계용 다르고… 공기업 경영공시 ‘제멋대로’ 많다

입력 2013-04-21 18:42 수정 2013-04-21 15:18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는 정부 산하 공기업의 주요 경영정보가 공시된다. 방만한 경영을 감시하는 효과, 누구나 공기업 경영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공기업은 ‘입맛대로 공시’를 하고 있다. 알리오에서는 인천항만공사의 지난해 차입금 현황을 알 수 없다. 중요 공시사항이지만 항만공사가 누락시켰다. 2010년 차입금 현황은 알리오와 항만공사 홈페이지 간에 1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알리오에 공시된 것은 2212억5050만원이지만 항만공사 홈페이지 상에는 2122억5050만원이다.

한국도로공사도 ‘멋대로’ 공시를 했다. 2011년 직원 주택자금 지원액을 알리오에는 60억7060만원이라고 밝혔지만 도로공사 자체 홈페이지에는 35억3700만원이라고 공시돼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는 공기업의 경영공시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세연구원이 21일 발표한 ‘공기업 공시정보 간 일치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6개 공기업(2012년 말 기준) 중 공시자료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공개한 공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곳은 주요 공시자료를 누락하거나 홈페이지 상 공시자료와 알리오 등록 공시자료가 일치하지 않는 등 투명성이 떨어졌다.

규모가 큰 공기업일수록 성실 공시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조세연구원은 “공시 성실점수는 기관 규모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산 규모가 2조4914억원인 한국마사회는 우수 등급을 받은 반면 자산 51조4600억원의 한국도로공사는 낙제점(60점 이하)이다.

공시항목 22개 가운데 90점을 넘는 항목은 일반현황과 임원연봉, 취업규칙 등 7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7개는 자주 최신 상황을 공시할 필요가 없는 항목이다. 장·단기 차입금 현황은 점수가 48.2점에 불과해 100점을 받은 일반현황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규채용현황 및 유연근무현황(53.6점), 임직원 수(57.1점)도 하위권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공기업의 불성실 공시에 대한 감시·감독은 소홀하다. 2009년부터 정부는 공공기관의 불성실 공시에 벌점을 부과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벌점 부과는 14건에 불과하다. 조세연구원은 “공시정보가 누락되거나 일치하지 않으면 국민이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시정보의 정확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증해 불성실 공시 적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