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김기현 vs 이주영 정희수…영남 대전?

입력 2013-04-21 18:33 수정 2013-04-21 23:26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경환(3선·경북 경산 청도) 의원이 김기현(3선·울산 남구을) 의원을 정책위의장 카드로 선택한 것에 맞서 이주영(4선·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이 정희수(3선·경북 영천) 의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양측 모두 ‘대구·경북(TK)+부산·경남(PK)’ 조합이기 때문에 영남이 당직을 나눠 갖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경선운동 기간이 되면 밝히게 되겠지만 비(非)수도권 3선 의원 중에 한 명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이미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정책위의장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과 내가 영남 출신이라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해 제안이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장윤석(3선·경북 영주) 의원도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된다.



앞서 최 의원은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됐던 김 의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중 어느 역할이 (내게) 적합한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3일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중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며, 회동에서 수락 여부를 밝힐지 주목된다. 김 의원이 최 의원 제안을 받아들이면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을 중심으로 한 TK·PK 연대가 완성된다.



PK 출신인 이 의원은 TK 출신 의원을 영입해 최 의원 측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영남의 내부 쟁탈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부담을 느낀 친박 내부에선 단일화를 통한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최경환 추대론’으로 해석된다. 친박 핵심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인적으로 (원내대표 경선 후보를) 단일화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최·이 의원의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두 정치인이 모두 당의 큰 자산이고 대선 때 큰 역할을 했다. 경쟁해서 결과가 나오면 둘 중 하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는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발(發) 경제민주화 수위 논란을 언급하며 “단일화 요구가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를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을 추대 형식으로 뽑으면 향후 야당과의 협상에서 당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