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주자들, 호남서 ‘反김한길 단일화’ 격돌

입력 2013-04-21 18:32 수정 2013-04-21 23:21

민주통합당 ‘범(汎)주류’ 당권주자인 강기정 이용섭 후보가 단일화 수순에 돌입하면서 5·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김한길 후보의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이 후보는 21일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단일화 방침을 처음 공식화했다.

먼저 강 후보는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센터에서 가진 연설회에서 “이 후보와 저는 호남의 정치력 복원과 분열이 아닌 통합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 대표 선거에 나섰다”며 “이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달 초 당원 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반드시 단일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도 “강 후보와의 단일화는 대선 패배에 따른 지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호남의 정치력 복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가 단일화 의지를 천명하자 연설회 객석에서는 박수와 지지 함성이 쏟아졌다. 양측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단일화 시한을 28일로 내걸었다.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친노(親盧·친노무현)계를 비롯한 범주류 세력이 세 결집에 나서 김 후보 대세론을 흔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는 화순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이 후보의 반(反)김한길 연대에 대해 “정치적 명분 없는 단일화”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6·9 전대에서는 ‘이·박(이해찬·박지원) 담합’에 졌는데 이번에 또 단일화를 한다니 위기감이 든다”며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처럼 단일화는 정치적인 명분이 중요한데 이번 단일화가 그런 것이냐.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연설회에서 박근혜정부와 대립 각을 세우며 호남 민심을 파고들었다. 그는 “현 정부가 약속한 탕평인사는 어디 가고 호남인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며 “호남을 함부로 깔볼 수 없도록 박근혜정권과 싸우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연설회에 참석한 광주·전남 대의원, 당원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전남 나주·화순군의 한 대의원은 “민주당 당 대표인데 김 후보는 야당 색깔이 약하다. 단일화가 꼭 돼서 호남 출신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의 한 대의원도 “광주시민들은 단일화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수의 대의원은 “호남 정치인이 되면 좋지만 (범주류인) 강·이 후보로는 당내 결속이 힘들 것 같다”며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광주 서구의 한 당원은 “단일화해서도 패배할 경우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에 타격이 클 수 있어 단일화가 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화순·광주=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