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소규모 자생적 테러, 우려가 현실로
입력 2013-04-21 18:32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계기로 국제 테러조직이 아닌 미국인에 의한 자생적·개인적 차원의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사망했고 동생 조하르는 중상을 입어 이들이 해외 테러조직과 어느 정도 연계됐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이 형제가 체첸계 출신이지만 주요 성장기를 미국에서 보냈고 형은 영주권, 동생은 시민권까지 획득했다는 점에서 미국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안보·정보당국이 오랫동안 우려해 온 ‘미국 내 거주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에 의한 테러’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은 9·11 사태 이후 주로 해외의 테러조직원을 사살하거나 이들의 미국 침입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테러리스트들의 전술이 얼마나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국장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재앙의) 전조 같다”면서 “미국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듯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테러 기술을 습득한 몇 안 되는 극단적인 미국인에 의한 테러가 테러 전문가들에게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직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첼 실버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보스턴 테러 사건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에도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테러 위협이 미국 내에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의 테러가) 행인(처럼 보이는 사람)에 의해 아주 조악한 형태로 발생하면 할수록 더욱 탐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터 킹(공화·뉴욕)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주와 각 시·카운티 등 지방 정부의 정보·보안 역량을 크게 확충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차르나예프 형제가 외국 출신이지만 상당 기간을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았고, 이번 사건 이전에 미 정부가 이를 감지한 흔적이 없다는 점은 이슬람 테러위협이 미국 내부에서 올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