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가방 내려두는 남자가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입력 2013-04-21 18:32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의 결정적 증언을 한 제프 바우만(27)이 테러 현장의 ‘영웅’ 카를로스 아레돈도(53)가 구출해낸 젊은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레돈도는 9년 전 이라크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반전 활동을 펼치다 이번 사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피해자를 구호한 인물이다.
15일 오후 바우만은 마라톤 완주를 눈앞에 둔 여자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선 가까이 서 있었다. 슬그머니 가방을 내려두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분30초 뒤 폭탄이 터졌고, 바우만은 무릎 아래쪽 다리를 잃게 된다. 이때 상처를 지혈하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말을 걸어준 뒤 구급차를 불러온 사람이 아레돈도였다.
아레돈도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긴 바우만은 정신이 들자마자 호흡장치를 끼웠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않고 펜과 종이를 요청했다. 그는 “가방, 나를 똑바로 쳐다본 남자를 봤다”고 적었다. 이후 경찰에게 용의자의 상세한 인상착의를 진술했다.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를 생포할 수 있었던 것도 제보 덕이다. 경찰은 도주한 조하르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쳤으나 숨어버린 용의자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보는 뜻밖의 곳에서 들어왔다. 수색지역 인근 워터타운 주민 데이비드 헨네베리(66)가 집 뒤뜰에서 핏자국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 그는 뒤뜰에 있던 보트의 덮개가 올라가 있으며 그 안에 피를 뒤집어쓴 남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결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보트 안에 들어가 조하르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불안에 떨던 이웃들은 헨네베리에게 새 보트를 선물할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