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용의자 형제 중 兄, 미국 생활 좌절… 이슬람교 심취
입력 2013-04-21 18:32 수정 2013-04-22 00:33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생포되면서 이제 수사는 범행 동기와 함께 배후가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조하르가 체포 과정에서 심각한 목 부상을 당해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CNN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언론들은 평범해 보였던 이민 1.5세대들이 어떻게 테러 용의자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하나 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조하르는 테러 이후 용의자 수색작전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태연히 다니는 다트머스 매사추세츠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며 평소처럼 등교했고, 교내 파티에도 참석했다. 무엇이 그를 이처럼 섬뜩한 냉혈한으로 만들었을까.
조하르와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형 타메를란(26)이 고향 러시아 체첸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왔을 때 형은 15세, 동생은 8세였다.
형 타메를란은 미국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타메를란은 미 권투선수권대회에 뉴잉글랜드 대표로 출전하는 등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던 권투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9년 22세 때 여자친구 폭행 사건으로 체포되기도 하면서 동생과 달리 아버지가 바라던 미국시민권은 받지 못했다. 이 무렵 타메를란은 “나는 미국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미국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생활에서의 좌절이 미국에 대한 증오심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3년 전부터 이슬람식으로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하는 등 이슬람교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범생이라고 알려졌던 조하르의 배경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하르의 친구인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 2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번호판에 ‘테러리스타 넘버 원’이라고 쓰인 BMW 자동차를 몰고 다녔으며, 조하르는 친구들과 함께 이 차를 탄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추정되는 친구들은 테러가 일어난 뒤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닷새간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경찰은 19일 이들을 체포했다가 풀어준 뒤 20일 다시 체포했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타메를란이 지난해 1월부터 6개월간 러시아에 체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간 타메를란이 체첸 최고 반군 지도자 우마로프를 찾아가 테러와 관련된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마로프는 러시아연방으로부터 체첸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사실상 유일한 반군 유력 지도자다.
FBI는 이미 2년 전 타메를란에 대한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2011년 FBI에 타메를란이 급진 이슬람 신봉자라는 정보를 제공해 실제 FBI의 수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FBI는 타메를란에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크렘린궁 측은 이번 보스턴 테러 사건과 관련해 정보기관을 통해 미국과 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