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곡우’에 눈 내린 까닭은

입력 2013-04-21 18:26

절기상 ‘곡우(穀雨)’인 20일, 일부 지역에 때 아닌 눈이 내렸다. 곡우는 절기상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淸明)과 여름의 시작인 입하(立夏) 사이에서 농사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시기다. 선조들은 이 무렵 못자리를 마련해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는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에는 눈이 내려 계절의 흐름을 무색케 했다. 충북 추풍령, 대구 팔공산,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장 늦은 눈’ 기록을 갈아치웠다.

충북 영동 추풍령은 1935년 기상 관측 이래 77년 만에, 대구 팔공산은 196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52년 만에 가장 늦게 눈이 내린 기록을 세웠다. 대전도 1969년 기상 관측 이래 44년 만에 가장 늦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중국 북쪽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품고 있던 찬 공기가 남부 내륙지방까지 깊숙이 들어오면서 비가 눈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 북부지방에 위치한 고기압과 일본 동쪽 오호츠크해에 중심을 둔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울 등 중부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비가 내렸다. 반면 남부내륙지방에는 중국 북쪽 고기압의 찬 공기가 유입돼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에는 시베리아의 센 고기압처럼 덩치 큰 기압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봄철에는 성질이 다른 기압이 세력 다툼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기압의 위치에 따라 한반도 내에서도 찬 공기의 영향을 다르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