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혐의없다” 신속 발표 뒤 입 닫아… 경찰 ‘윗선 개입’ 당시 수사과정 의문점

입력 2013-04-21 18:26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에 경찰 윗선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의심스러운 정황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고 폭로한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전보 조치된 배경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권 과장은 경찰 조직 내부에서 수사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언론에 ‘(국정원 직원 글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한 패턴이나 경향이 보인다’고 말해 경찰 상부의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간 수사 발표는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이 나섰고 권 과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어 지난 2월 경찰 인사에서 송파서 수사과장으로 전보됐다. 그는 인사 전날까지 “인사 대상자는 맞지만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이 있어서 옮길 것 같지는 않다”고 했었다. 그대로 남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후임인 임병숙 수사과장은 사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임 과장은 최종 수사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수사 관련 질문을 받지 않겠다” “알려 줄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 항의를 받기도 했다. 통상 최종 수사 결과는 최대한 자세하게 공개하는 게 관례다.

‘댓글 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대선을 3일 앞둔 밤 11시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도 윗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한다. ‘국민적 관심사’라는 이유로 신속하게 언론에 알렸던 경찰은 이후 수사 경과나 방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수사 결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핵심 쟁점이었던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는 ‘정치적 의사 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제외했다.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도 밝히지 못했다. 댓글을 달았던 김모(29·여)씨는 “대북 심리전 업무의 일환”이라고 진술했지만 선거운동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대북 심리정보국장은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종료 이후 김용판 당시 서울청장에 감찰이나 문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재경 경찰청 차장은 지난 15일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