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 얼룩진 교단… 아이들 뭘 배우라고

입력 2013-04-21 18:11


시험문제 유출… 음란행위… 학부모에 막말

여학생 교실 앞에서 음란행위, 모의고사 문제·답 학원에 유출,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에게 막말, 비정규 교직원 성희롱까지….

교단이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평교사부터 교장까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에 연루되면서 교직사회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교직사회는 “일부 교사들의 문제를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항변하면서도 교권강화 논의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스승답지 못한 교사들=최근 경찰에 구속된 서울 양천구의 한문교사 이모(55)씨는 지난 17일 남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여학생 교실 복도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 등)를 받고 있다. 이씨의 엽기적인 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큰 충격을 줬다.

지난 9일에는 경기도 이천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비정규직 여직원 채용 과정에서 가슴 사이즈를 묻는 등 성희롱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 교장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하고 노래방에 가도록 강요하는 등 전횡을 휘둘렀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고교 교장은 학교폭력으로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은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막말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국민일보 18일자 11면). 경기도 안양 지역 교사 2명은 학원 관계자에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등을 유출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도덕불감증 교직사회=최근 드러난 학교와 교사들의 비위 행위는 종류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교원 채용비리는 흔한 일이 됐고, 장학사 채용 시험문제를 돈 받고 유출한 교육감·장학사·교사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 등 부유층 자녀를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둔갑시킨 국제중 사태는 교직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의 단면이라는 비판도 있다.

학술윤리 의식도 낙제점이다. 지난 11일 나온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등 7개 시·도 교육공무원 181명은 승진에 활용하고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엉터리 교육학석사학위를 땄다. 이 중 34명은 교장·교감으로 승진했다. 대전·광주에서는 공모교장으로 임용된 36명이 자기소개서 등을 표절했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 별다른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교사 수백명이 학술윤리를 위반했지만 “학위를 요구하는 승진제도가 더 잘못”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분위기다.

◇“교권 강화”는 한목소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8일 일련의 추문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헌신하는 절대 다수의 교원의 자긍심과 사기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교권 확립에 걸림돌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도에서 발생한 학부모의 교사폭행 사례를 언급했다. 반성·자성보다는 교권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문제를 야기한 일부 교사가 기간제교사라는 점을 부각시켜 “교원을 충원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교직사회가 일부 학부모의 폭력을 교권강화 소재로 활용하면서도 폭력 교사, 비리 교직원들을 극소수의 일탈로 치부하고 외면하는 데 대해 학부모들의 반응은 차갑다. 경기도 이천의 한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는 “교사 한 명은 학생 수백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사 100여명이 그릇된 행동을 했다면 학생 수천·수만명이 배우는 것”이라며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며 교권 강화에 앞서 자정 운동이 먼저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