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관련법 6개 판·검사들도 “헷갈려”
입력 2013-04-21 18:16
성범죄 관련법이 6개나 되는 데다 잦은 제·개정으로 법리가 복잡해진 탓에 법원과 검찰의 잘못된 법 적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법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는 6∼9세 미성년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로 기소된 박모(2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신상정보 공개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해자 A양(9) 측의 고소취하를 이유로 박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한 부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201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아청법)’ 개정 이후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이 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기소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소취하 이유로 공소기각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법 적용으로 법정 한도보다 높은 형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 1부는 지난해 12월 B양을 특수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7년에 신상정보공개 10년이 선고된 박모(45)씨 상고심에서 “박씨는 2004년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검찰과 원심은 박씨에게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했지만 당시 법률로는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범인 박씨의 친구는 항소심 선고 후 상고하지 않아 징역 5년에 신상정보 공개 10년의 형이 확정돼 버렸다.
김태명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성폭력 관련법은 내용이 비슷한데 이중·삼중의 가중처벌과 특례를 규정해 법률가들도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일부 특별법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