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면서 한국여행자 보험?
입력 2013-04-21 18:01 수정 2013-04-21 18:06
미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우리나라 보험사로부터 해외여행보험금을 탄 한국인 D씨(28·여)는 사실 미국 거주자였다. D씨는 1998년 영주권을 딴 뒤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2009년 3월 보험사에 국내 주소지를 대고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했다. 해외 거주자는 해당 국가에 대한 여행보험에 들 수 없기 때문에 영주권자인 사실을 숨기고 여행자 행세를 했다.
D씨는 2009년 6월∼2010년 2월 미국에서 일상생활 중 생긴 땀띠와 메스꺼움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해외여행보험에서 보상금 211만원을 받았다. 이후에는 아버지 명의로 같은 보험에 다시 가입해 벌레 물림 등을 이유로 50만원을 더 타냈다.
2010년 4월 두 아들과 함께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A씨(43·여)는 같은 해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반복적으로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했다. A씨 가족은 3년간 16차례에 걸쳐 두통, 생리통, 감기, 치아 통증, 피부 발진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 656만원을 수령했다.
금융감독원은 D씨, A씨처럼 국내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한 뒤 영주권 취득 국가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를 빌미로 의료비 8억2000만원을 타낸 420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해당 국가를 여행하는 게 아닌데도 보험계약서에 여행 목적과 여행지를 허위기재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해외 영주권자는 보통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의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한국인은 영주권 취득 이후에도 국내 보험사의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감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이런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보험료는 한국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금감원은 해외여행보험 부당 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피보험자에게 여행 증빙자료를 제출토록 하는 등 계약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또 보험금 청구서에는 ‘출국일자’ 기재란을 신설하고, 필요하면 보험사가 출입국 증빙자료 등을 제출받아 여행 여부를 확인토록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