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밴社 해묵은 수수료 전쟁 … 고객들만 눈물

입력 2013-04-21 18:04 수정 2013-04-22 00:38

지난 16일 서울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 앞에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친 이들은 밴(VAN·카드결제대행 업체) 사업자 300여명. 이들은 국민카드 본사 앞 도로에서 한 달간 집회를 하겠다고 집회신고까지 했다.

가맹점 중계업무를 하는 밴 사업자들이 뿔이 난 것은 국민카드가 밴 사업자의 업무 중 하나인 ‘신용카드 판매내역 매입업무’를 직접 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국민카드는 밴 사업자의 거센 반대에 이날 바로 해당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카드사와 밴 사업자가 ‘수수료 전쟁’에 돌입했다. 밴 사업자가 챙기는 수수료가 해묵은 갈등의 뿌리다. 카드사는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깎아주다 보니 적자가 나 어쩔 수 없이 고객 서비스까지 줄였는데 밴 사업자는 과도한 이익만 챙긴다는 입장이다. 밴 사업자에게 주는 수수료를 아끼면 고객에게 더 나은 부가서비스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밴 사업자는 대기업인 카드사가 ‘고객’을 볼모로 중소업체인 밴 사업자를 옥죈다고 반발하고 있다. 때 아닌 싸움에 ‘고객 등’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가 공동 운명체인 밴 사업자와 거리두기에 나선 배경에는 결제 건당 80∼150원에 이르는 밴 수수료가 있다. 카드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수익이 20% 이상 줄자 밴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1일 “카드사는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내려주면서 수익이 줄었는데, 밴 사업자는 중간에서 예나 지금이나 높은 수익을 챙겨간다”고 꼬집었다.

카드사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10월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신용카드 밴 업무에 대한 이해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신용카드 거래건수가 2002년보다 2011년에 약 4배 증가했는데도 밴 수수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수수료 인하가 생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밴 수수료는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수수료율이 1.5%인 소매점에서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카드로 사면 카드사는 수수료로 37.5원을 받는다. 이후 카드사는 밴 사에 수수료 80원을 준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42.5원을 손해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의 마지막 작업으로 밴 수수료 합리화 작업에 돌입했다.

카드사는 밴 사업자에게 주는 돈을 줄이면 그 돈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에 대한 고통을 밴 사업자가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은 그 고통을 카드사가 혼자 감당하다 보니 고객 서비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밴 사업자가 조금만 도와주면 고객 서비스는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