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 여진 1165차례 공포… 생존자들 산악지역서 고립
입력 2013-04-21 18:03 수정 2013-04-21 14:45
쓰촨성 성도인 청두와 야안시를 잇는 청야고속도로에서는 21일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청두에서 야안까지는 남쪽으로 140㎞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루산현까지는 다시 북쪽으로 30㎞ 떨어져 있다.
청야고속도로 입구에서 검문하는 경찰은 “응급구호 차량이 신속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지진 발생 이후 피해 지역에 진입하려는 각종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작 부상자들을 실은 구급차가 불과 수㎞를 이동하는 데 4∼5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지진 현장 취재에 나선 한국 기자”라면서 취재 차량의 고속도로 이용을 허용해 달라고 간청하자 주변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을 태우는 조건으로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했다.
청야고속도로 입구에는 차를 얻어타기 위해 기다리는 자원봉사자나 군인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청야고속도로를 오가는 고속버스는 운행이 중단됐다. 쓰촨성 당국은 이날 아얀 외에 루산을 비롯한 바오싱, 룽먼향 등 여타 지진 지역에도 구호차량 말고는 출입을 막았다.
강진이 휩쓴 야안시 루산현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1165차례의 여진이 감지됐으며 규모 5급(5∼5.9)는 3차례, 4급(4∼4.9)은 16차례 이어졌다.
구호 인력과 장비가 대거 투입됐지만 이 지역의 94%가 산간지역이어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산현 인근 바오씽(寶興)현의 상황도 심각하다. 현내의 링관진, 융푸향, 우롱향 등은 전기·통신이 두절됐고 마을을 잇는 협곡 도로는 곳곳이 끊어져 나갔다. 그나마 남아 있던 도로들엔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바위덩어리와 토사가 쌓여 있다.
현지 구호 당국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에 파묻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부서져내리는 잔해더미를 맨손으로 파헤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인구 4만여명의 링관진에서는 부상자들이 큰 병원으로 후송되지 못하고 지역 보건소급의 임시시설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안시 인민의원 관계자는 “임시천막 병원을 세워 간단한 수술을 하고는 있지만 마취약조차 없어 부상자들에게 나무막대기를 물린 채 수술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평소에도 접근이 어려운 산간지역도 본격적인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도로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오싱현 일부 지역에선 구조대가 휴대 가능한 장비만 들고 도보로 이동해 생존자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간난신고’ 끝에 병원에 도착해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부상자들이 몰린 루산현 인민병원은 여진 공포로 공터에 임시 천막을 세워 환자들을 받고 있다. 간이 야전침대마저 동나는 바람에 부상자들이 들것 채로 땅바닥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루산현 주민들은 급박했던 지진 발생 당시를 떠올리며 5년 전 8만60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쓰촨 대지진 악몽이 재발하는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두시를 비롯한 쓰촨성 각지는 물론 충칭직할시와 산시성, 구이저우성 등 인접 지역에도 강력한 진동이 전해져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재난 속 감동 사연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쓰촨 현지 방송에 따르면 루산현 주민 저우한쥔(鄒漢君)씨는 전날 저녁 폐허가 된 집에서 아들을 꼭 품은 채 구조에 나선 이웃 주민들에게 발견됐다. 아들을 품은 어머니는 이미 숨진 상태였지만 품에 안긴 아들은 놀랍게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링관진 주민 황쭝민(黃忠民)씨도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린 2층 집에서 여섯 시간 동안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뒤지는 필사적인 노력 끝에 살아 있는 아들을 발견,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루산=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