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출구전략 못찾는 北… 4월 25일·30일 도발 여부 고비

입력 2013-04-21 17:45 수정 2013-04-21 14:51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으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국면이 뚜렷한 출구 없이 장기화되고 있다. 올 들어 유례없이 위기지수를 높여온 북한으로선 관련국의 냉철한 대응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군사적 위협은 그동안 북한이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대남 및 대미 협상 카드였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은 우리 정부와 미국 행정부 내에 대화론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양측의 물밑 움직임이 대화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다르다. 정전협정 백지화, 1호 전투근무태세 발령, 평양주재 대사관 철수 권고, 미사일 사격 대기 등 최고조의 도발 위협에도 북한의 궁극적 목표인 미국과의 직접 대화는 벽에 부닥쳤다.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당근을 먼저 내줄 수 없다”는 미 행정부의 냉담한 반응밖에 없는 상태다. 과거에는 군사적 도발이 미국 또는 우리 정부의 특사 파견, 대화국면 조성으로 이어졌는데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의미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21일 방한해 정승조 합참의장과 만난 뒤 “도발 위협은 북한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에 거듭 경고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권의 딜레마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식 게임 플랜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과거 유사한 게임을 여러 번 시도했고, 한·미 양국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더욱 잘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긴장과 동원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우려한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 위협은 이달 말을 전후로 누그러질지, 더욱 구체화될지 기로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인 고비는 인민군 창건일(25일)과 한·미 독수리연습 종료일(30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을 경우 한반도 위기국면은 차츰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하면 긴장은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관련국들의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방중해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대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도 만날 예정이다. 중국 움직임도 주목된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번 주 미국 방문에 나선다.

하지만 북한이 선(先) 비핵화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 한 근본적인 정세 변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우리와 미국 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군축 협상에 나설 수는 있지만 일방적인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북한이 지난 16일 이후 스커드 미사일 탑재용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2대를 동해안 지역에 추가 배치했다고 국내 한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합참은 “우리 군은 아직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북측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군 창건 기념일인 25일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함경남도와 강원도 원산 일대 동해안 지역을 집중 감시 중이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