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불의나 제도적 모순에 부딪힐 때 사표 내기보다 점진적 개선 위해 노력해야”
입력 2013-04-21 17:50
송인규 교수, 크리스천 직장인 위한 ‘잠정적 타협론’ 제시
“지금 당장 도덕적 악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해도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송인규(사진) 합동신학대학원대(조직신학) 교수의 주장은 직장에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만하다. ‘급변하는 직업세계와 직장 속의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지난 20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한 제3차 교회탐구포럼. 송 교수는 직장 내 구조악에 대한 크리스천의 대처 방안 중 하나로 ‘잠정적 타협론’을 제시했다.
미국 기독교 윤리학자인 라인홀드 니버에 따르면 구조악이란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마주치는 구조적 불의나 제도화된 악 등을 일컫는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사회 속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크리스천의 주된 고민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잠정적 타협론은 불가피하게 도적적 악에 연루된다는 점에서 구조악과의 ‘타협’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타협은 무제한적이고 무조건적이어서는 안된다”면서 “당사자가 원하거나 계획해서 마주친 문제가 아니라 가능한 다른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나서 최후의 수단으로 채택한 타협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구조악 개선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일터에서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불의나 제도적 모순 같은 문제와 일시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경에서는 나병 환자였던 나아만 장군이 하나님으로부터 고침을 받은 뒤 자신의 직무(왕을 부축해 이방신에게 절하는 행위)와 관련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장면(왕하 5:18) 등이 잠정론 타협론의 사례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