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랑재단 이윤구 명예총재 “대북관계 나쁠수록 인도적 지원 더 필요”
입력 2013-04-21 17:31
“이제 그만 총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민족은 가망이 없습니다.”
이윤구(84) 국제사랑재단 명예총재는 21일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대북관계가 나쁜 상황일수록 인도적 대북지원이 필요하며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월드비전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사회복지분야를 개척한 교계 원로는 “분단 세대인 우리가 남북관계를 이대로 두고 떠난다면 하나님 앞에 어떻게 설 수 있겠는가”라며 절박한 어조로 호소했다.
북한 정권이 핵 도발 위협을 하는데도 계속 도와야 하느냐는 일각의 이견에 대해서도 이 명예총재의 입장은 확고했다. 남쪽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도움의 손길에 북한이 감동을 받아 ‘어떻게 계속 총을 겨눌 수 있겠냐’며 개심(改心)하게 만드는 것이 이 명예총재가 기대하는 바다. 또 그는 “요즘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 지하교회 지도자들이 남한 등에 진심으로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렇게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냉전적 사고에 빠져 있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명예총재는 대북지원단체인 국제사랑재단의 회원 수를 올해 1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1만여명 수준이니 10배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300곳인 참여 교회 수도 1000곳으로 확충키로 했다.
“1000교회가 달려들면 못할 일이 없다”고 믿는 이 명예총재는 이것이 무모한 목표가 아니며 하나님의 은혜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로 여기고 있다. 그는 “1995년 북한에 쌀 지원을 할 때 ‘10만 가마만 보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시작했는데 그해 100만t이 들어갔다”며 “예수님께 매달리면 가능하지 않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월드비전 회장 시절에도 100교회가 후원에 참여하던 때 1000교회를 달라고 기도했더니 1년 만에 5000교회가 동참하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계획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을 겪어봤기에 그는 “우리가 두려워서 못하는 것일 뿐이지 이런 기적은 하나님의 나라에선 일도 아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국교회는 케리그마(복음 선교)는 충분히 잘하니까 이제 디아코니아(섬김·봉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북한 어린이 돕기도 디아코니아의 일환이다. 이 명예총재는 “금세기 한국 기독교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껴안음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아 저게 기독교 국가구나’라고 감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순이 넘었음에도 서로 다른 직함의 명함이 15개가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하지만 최근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대외활동을 줄이게 됐다. 그가 요즘 국제사랑재단 업무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것은 한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는 “석좌교수로 주 3일 강의하는데 부흥회를 하듯 학생들이 웃고 울고 한다”며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따라오는 것을 보면 밥을 안 먹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