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과 피카소가 올레길 걷는다?
입력 2013-04-21 17:15
봄볕에 취한 제주… 1박2일로 떠나는 미술여행
유채꽃 활짝 핀 제주에는 봄이 완연하다. 자연풍경과 테마파크 등 볼거리가 지천에 널려있지만, 그림 감상과 함께하는 아트투어도 멋진 추억을 남길 것이다. 봄을 맞아 제주에는 미술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세계 거장들의 작품부터 국내 작가들의 공공미술품까지 곳곳에서 상춘객을 손짓한다. 1박2일 코스로 떠난 제주도 미술여행을 안내한다.
◇샤갈과 피카소를 만나다=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제주시 연동 도립미술관에서는 7월 14일까지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열린다.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입체파’ 피카소와 ‘색채의 마술사’ 샤갈 작품 등 128점이 전시된다. 제주에서 세계 거장들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 미술관의 주변 풍광도 볼거리다. 미술관 입구에 조성된 인공호수가 앞바다와 연결된 느낌을 주고, 전시장 옥상에서 한라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제주 도민뿐 아니라 수학여행 학생 등 외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지난 10일 관람객 1만명을 돌파했다. 관람료는 3000∼1만원(064-710-4300).
◇낭만과 여유를 즐기다=서귀포로 가는 길에 한림읍 월림리 갤러리노리를 들러보자.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그림으로 유명한 최석운(53) 작가의 개인전 ‘해학과 익살’이 28일까지 열린다. 투박한 시골 아주머니가 모처럼 모양을 내고 집을 나서는 ‘외출’, 못 생긴 두 인물의 뽀뽀 장면을 그린 ‘황태자의 입맞춤’ 등이 재미있다.
작가는 한림읍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의 2010년 레지던시 작가로 3개월 체류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림을 감상한 후 확 트인 야외 정원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김흥수(94) 화백의 기증전과 이숙자 박서보 김영재 등 원로작가 전시가 열린다. 무료 관람(064-772-1600).
◇작가의 산책길을 걷다=서귀포 샛기정공원∼칠십리공원∼천지연폭포∼자구리해안∼서복·소암전시관∼이중섭미술관을 잇는 4.3㎞ 구간에 작가 40여개 팀의 작품 43점이 들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조성한 ‘유토피아로’로 지난 12일 개막식을 가졌다. 이승택의 ‘제주 돌담’, 이승수의 ‘조랑말’ 등이 눈길을 끈다.
칠십리공원 연못에 거울과 징검다리를 설치한 전종철, 시내 집 담장과 벽에 조가비와 파도를 소재로 벽화를 그린 명연숙, 자구리해안에 이중섭의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을 청동으로 조각한 정미진 등 작가들의 작품이 발걸음을 붙든다. 올레길 7∼8코스와 겹쳐 있는 유토피아로는 자연과 예술이 접목된 새로운 산책길로 떠올랐다.
◇그림도 보고 차도 마시고=서귀포에서 1박 후 올레길 7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정방폭포에 다다른다. 정방폭포 맞은편에 ‘제주생활의 중도’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이왈종(68) 화백의 왈종미술관이 있다. 5월 31일 개관 예정인 왈종미술관은 전체 넓이 992㎡(300평) 규모의 3층 건물로 조선백자 찻잔의 형태로 지었다.
아직 내부 관람은 못하지만 벌써부터 인파가 몰려 서귀포의 명소가 됐다. 미술관 앞에 서면 서귀포 앞바다의 섶섬 문섬 범섬 등이 펼쳐진다. 미술관 커피숍에서는 차도 마시고 제주를 배경으로 그린 이 화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텃밭에 들어선 세계적인 영국 조각가 앤터니 곰리의 자소상(自塑像·자신을 모델로 한 조각) 관람은 특별 보너스다(064-763-3600).
제주=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