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⑧ 경쟁력의 핵심, 직업교육
입력 2013-04-21 18:55
직업교육 제대로 활용하는 獨 기업들
이원화 직업교육은 독일의 자랑이다. 그렇지만 독일 청소년이라고 누구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훈련생으로 선발되려면 우리나라 입사시험 못지않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빌레펠트시(市)에 있는 중소기업 플렉시콘(Flexicon). 디자인과 인쇄 관련 일을 하는 회사다. 지난달 15일 이곳에서 2년차 직업훈련생 세바스티안 홀르만(24)을 만났다. 홀르만이 직업훈련을 받는 방식은 독일 내에서도 독특하다. 3개월간 회사에서 일하고, 1개월간 직업학교에서 배운다. 홀르만은 5월 중순부터는 한 달간 직업학교에서 디자인 이론을 배운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직업교육이다. 직업교육을 마치면 입사지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직업교육을 제공받았다고 해서 꼭 그 회사에 취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만두고 다른 직업교육 자리를 알아볼 수 있다. 홀르만은 지난번에는 정보산업 교육을 받았다.
홀르만은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직업훈련생으로 선발됐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학교 성적을 제출했고, 직무적성검사와 면접시험도 봤다. 디자인 팀장인 마이클 프라이스마이어는 “보통 2명을 선발한다고 공고를 내면 10명 정도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지원자의 나이는 대부분 18∼23세이다.
기업들이 까다롭게 선발하는 이유는 직업훈련생을 미래의 회사 일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업교육 자리가 남아도 지원생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뽑지 않는다. 반면 자질이 괜찮으면 미리 정한 인원보다 더 뽑는다. 플렉시콘도 현재 3개 분야에서 직업교육생 10명을 두고 있다. 회사 직원이 180명이므로 약 5.5% 비율이다. 가전 대기업인 밀레도 이원화 직업교육생이 직원 수(약 1만명)의 약 4%인 405명(2011년 기준)이다.
직업훈련생으로 선발되면 곧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홀르만도 사무실 한쪽에 자기 책상을 두고 업무를 한다. 고객사가 주문한 상품디자인이 표준대로 제작되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독일 화장품 회사 니베아도 주고객사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니베아의 포장 디자인이 똑같은 이유는 홀르만이 돕는 표준화 작업 덕분이다.
회사는 직업훈련생에게 아무 일이나 시키지 않는다. 포괄적으로 상공회의소와 각 직업별 협회가 정한 훈련 규정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회사 자체의 훈련 계획이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훈련 담당 직원은 상공회의소의 자격 인정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다. 독일 전체에서 이런 자격이 있는 사람은 67만5198명(2010년)이다.
직업훈련생은 훈련 지원금을 받고 휴가도 쓸 수 있다. 회사 노조에도 가입할 수 있다. 홀르만의 훈련지원금은 약 750유로다. 정사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휴가는 연간 30일이다. 지난해 주어진 휴가를 다 썼고 올해도 그럴 생각이다. 홀르만은 “디자인, 인쇄에 관한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면서 “직업훈련기간이 끝나고도 계속 이 회사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마이어 팀장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라 새로운 인력이 매년 필요하다. 바깥에서 누군가를 데려오기보다는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이 직원이 되는 게 훨씬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빌레펠트=글·사진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