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청년실업 8%의 기적은 활발한 직업교육이 비결”

입력 2013-04-21 17:55 수정 2013-04-21 15:00


연방직업교육연구소 프리드리히 에서 소장

독일의 직업교육은 1969년 법제화되면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200년 이상 도제교육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늘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불경기에 기업들은 직업교육 기회를 줄였다. 독일 국책연구기관인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 프리드리히 에서(사진) 소장을 만나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했는지를 들었다. 경제학 박사인 에써 소장은 독일에서 손꼽히는 직업교육 전문가로 현재 쾰른대 명예교수다. 그 자신도 18∼20세 3년간 제빵사 직업교육을 받았다. 대학 과정은 24세부터 시작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12일 독일 본에 있는 BIBB 소장실에서 진행됐다.

-독일 직업교육의 성과를 말해 달라.

“매우 좋다. 막연히 좋은 게 아니다. 지표가 있다.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54%, 독일은 8%가 조금 안 된다. 유럽연합(EU) 평균은 23%다. 한국인도 잘 알겠지만 메이드 인 저매니(made in Germany) 하면 굉장히 품질이 좋다고 인정된다. 직업교육의 결과다.”

-모든 기업이 다 직업교육을 실시하나.

“그렇지 않다. 자격이 있는 기업이 정해져 있다. 직업훈련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홍보 효과가 있다. 사회 참여, 사회 공헌 측면에서 인정받는 수단이다.”

-기업들이 청소년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나.

“직업교육은 자발적이다. 각 기업의 의무는 아니다. 불이익은 간접적으로 받는다. 전문 후진인력이 양성되지 않으면 기업과 해당 업계에 다 불이익이다.”

-직업교육에서 정부 역할은.

“2003년 독일은 경제 침체기였다. 실업률이 높아졌다. 기업들이 직업훈련을 줄이기 시작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졸업하고 길거리를 방황했다. 그래서 정부가 산업계에 일종의 압박을 했다. 직업훈련을 시키지 않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기금을 만들어 직업훈련을 하는 기업에만 주겠다고 했다.”

-효과가 있었나.

“산업계가 스스로 태도를 바꿨다. 자발적으로 직업훈련을 시키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2004년 정부와 산업계 간 협약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청소년 직업훈련 증진 국가협약’이다. 직업훈련을 받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청소년에게는 반드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청소년이나 장애인을 훈련시키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이 협약을 지켰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직업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2003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엄청난 개선이 이뤄졌다. 독일 경제가 최근 다시 부흥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약 10년간 직업훈련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저출산 등 인구변화가 독일 직업교육에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뮬레이션 결과, 2010년과 비교했을 때 2030년 독일에는 취업인구가 약 350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젊은이가 계속 줄고 있고,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늘고 있다. 독일 기업의 물건을 사는 고객은 까다롭다. 그래서 독일 기업도 고급 자질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전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기업이 직업훈련생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의 숫자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또 어린 학생들에게 직업에 관한 동기부여를 하려 한다. 우리는 직업훈련 전문가를 각 학교에 보내고 있다. 7학년(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직업을 소개하고 어떤 직업이 각 개인에게 맞을지 조언해준다.”

-터키 등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은 직업교육 기회가 더 적다고 들었다.

“독일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독일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취학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은 일찍부터 지원해줘야 한다. 학교 졸업장을 따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이 5년 전에는 약 8만5000명이었다. 지금은 6만명이 조금 안 된다. 이 숫자를 더 줄이는 것이 정부와 BIBB의 목표다.”

-한국에서도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기회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다. 조언을 한다면?

“진로교육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내 조언은 중학교 1학년도 늦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더 빨리 해야 한다.”

-2020년까지 BIBB의 과제가 있다고 알고 있다.

“기업이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전문인력 양성이 첫째 목표다. 둘째는 직업훈련을 국제화시키는 것이다. 독일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각국에 파견할 인력의 국제화가 중요하다. 셋째는 직업교육과 대학교육 간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이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할 수 있게 하고, 대학을 다니다가도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려고 한다.”

본=글·사진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