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직무 외 정치·종교교육도 필수… 인성 갖춘 전문 직업인 키운다

입력 2013-04-21 18:55 수정 2013-04-21 14:55


지난달 14일 독일 빌레펠트의 젠네 직업학교(Berufskolleg Senne). 이원화 직업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곳으로 디자인·출판·인쇄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1층 교실에서 색(色)에 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교사 카르스텐 스투켄브록은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색도 영향을 받는 요소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인쇄에서는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직업학교에서 배우는 것은=강의를 듣는 학생 20여명은 직업학교 1학년생이면서, 동시에 각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는 직업훈련생이다. 회사와 계약기간은 3년. 직업학교에서도 3년짜리 ‘디자인 어시스턴트’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강의가 일상생활에서 착안하기 힘든 빛의 영향을 알게 돼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리나 게르버(20·여)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일을 하는 데는 여기 직업교육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게르버는 인문계 중등학교(김나지움)에서 아비투어를 치렀지만 대학은 가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경제적으로 빨리 독립해 30세 이전에 결혼을 하기 위해서다.

케빈 오부주(20)는 “웹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 분야 직업은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어 택했다”고 했다.

직업학교에서는 일과 관련한 것만 배우지 않는다. 독일어, 정치, 경제, 종교 등도 필수 과목이다. 직업학교를 졸업하려면 최소 주 12시간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데, 4시간은 이런 교양 과목이어야 한다. 직업에 필요하면 외국어도 배운다. 노조 활동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있다. 단순 기능인이 아닌 인성과 교양을 갖춘 시민을 키우겠다는 독일 정부의 의지가 배어 있다.

젠네 직업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4주간, 기업에서 8주간 교육을 받는다. 위르겐 애커만 교장은 “기업이 이런 방식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학생을 선발해 학교에 보내주므로 “기업과 관계가 좋기를 바란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직업학교와 기업은 매년 1∼2차례 만나 학생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독일에서 직업학교는=이원화 직업교육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젠네 직업학교의 등록 학생 1900명 가운데 이원화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은 약 1200명이다.

나머지 약 700명은 다양하다.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 사람이 있고, 전일제로 직업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다. 간병사, 마사지사 등 일부 직업은 이원화 직업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직업학교는 이원화 직업교육 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소년에게 보충교육을 제공한다. 지난달 14일 방문 때 이런 학생들이 수작업으로 책 표지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년간 실습을 하면서 이원화 직업교육 자리를 찾는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가르쳤다는 울리히 바세르 교사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직업학교는 졸업자격을 획득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대학입학도 직업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다. 직업학교는 모두 무상이다.

직업학교는 중등 5∼10학년 학생에게 직업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헤센주 비스바덴의 빌헬름 로이쉬너 종합 중등학교(게잠트슐레)는 주변의 직업학교 4곳과 계약을 맺고 일주일에 하루씩 직업학교로 학생을 보내고 있다.

빌레펠트=글·사진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