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車 몰고 폭발물 던지며 저항… 한밤 총격전
입력 2013-04-20 00:56
검은 야구 모자를 쓰고 티셔츠에 점퍼를 걸친 선글라스의 백인 남성, 흰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쓰고 있는 또 다른 젊은 남성.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남자 두 명의 사진과 동영상을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용의자들에 대한 체포 작전이 시작됐고, 보스턴 일대는 밤사이 숨 막히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18일 밤 보스턴 인근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캠퍼스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질 때만 해도 보스턴 테러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추측됐다. 당시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밤 10시 20분 MIT 교내 한 건물에서 소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수차례 총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보스턴 인근 워터타운 지역에서 경찰과 FBI 등이 동원된 대규모 수색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까지 출동됐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대규모 수색 작전이 보스턴 테러 사건이나 MIT 총격 사건과 연관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19일 새벽 4시 보스턴 경찰 당국이 보스턴 테러 사건의 용의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날 검거 작전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이 공개한 CCTV에는 흰 모자를 쓴 용의자가 MIT 캠퍼스 내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들은 편의점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살해하고 근처에 있던 벤츠 승용차를 강탈해 1시간 반 가량을 배회하다 한 주유소에서 납치한 운전자를 풀어줬다. 이후 용의자들이 훔친 승용차는 경찰의 검문에 걸렸고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들이 사제폭탄을 던지면서 체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결국 용의차량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은 뒤 용의자들과 대치한 끝에 한 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 명은 놓쳤다. 체포된 용의자는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숨졌다.
밤새 워터타운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역 주민 크리스튼 야즈코는 AP통신에 “총소리에 깨서 부엌 쪽으로 갔더니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밤새 TV뉴스를 보며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보안 당국은 “도망중인 용의자가 무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일반 시민들은 용의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경찰과 FBI는 밤새 도주 중인 용의자 수색 작전을 벌였다. 보스턴 인근의 모든 교통수단은 차단됐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