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독수리 에닝요 “70-70 가자”… 힘찬 날갯짓
입력 2013-04-19 18:30
“치료받은 45일 동안 뛰거나 걷는 운동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K리그 클래식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고 1도움을 올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녹색 독수리’ 에닝요(32·사진·전북 현대)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60(골)-60(도움) 클럽’ 고지를 향해 고공비행하고 있다.
에닝요는 지난해 5월 ‘태극마크’ 때문에 속을 앓았다. 당시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국내선수 보호,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특별 귀화 신청을 기각했다.
마음을 다친 에닝요는 몸까지 다쳤다. 지난해 9월 훈련 도중 오른쪽 발등 피로골절로 쓰러진 것. 당시 전북은 FC 서울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에닝요는 진통제를 맞아 가며 출전했다. 에닝요다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건 당연지사. 그러자 팬들 사이에 “에닝요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돌았다.
에닝요는 올해 초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상파울루의 축구 전문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부상을 떨쳐낸 에닝요는 지난달 30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복귀 신고를 했다. 이어 6일 제주전(1골), 14일 성남전(1골), 17일 대구전(1골·1도움)에서 잇따라 득점포를 가동했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8시즌째를 맞은 에닝요는 19일 현재 205경기에 출장해 80득점-59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제 도움 1개만 추가하면 ‘60-60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60-60 클럽’은 팔방미인 공격수가 아니면 가입하기 어려운 클럽이다. 골 결정력과 함께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능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 그동안 국내에서 많은 스타들이 나왔지만 이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통산 99골-68도움을 기록한 신태용 전 성남 감독뿐이다. 에닝요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국내 최초의 ‘70-70 클럽’ 가입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욱헌 전북 홍보팀장은 “에닝요는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기며 뛸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며,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한다”며 “특별 귀화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라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 기간 동안 에닝요가 근력 운동을 많이 해 힘이 많이 붙은 것 같다. 요즘은 특기인 감아차기뿐만 아니라 위력적인 무회전 슈팅도 날리고 있다. 이번 시즌 일을 낼 것 같으니 잘 지켜보라”고 덧붙였다.
에닝요는 20일 오후 4시 인천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8라운드 경기에서 ‘60-60 클럽’ 가입에 도전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