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차관 선배가 지청장으로… 고검 노장의 일선 귀환, 기수문화 뒤집다

입력 2013-04-19 18:27 수정 2013-04-20 00:15
한직으로 여겨지던 고등검찰청의 ‘노장’ 검사들이 지청장 직함을 달고 23일자로 일선에 복귀한다. 고검은 경찰 수사를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를 하는 지청·지검과 달리 형사사건 항소심 공소유지, 국가 상대 민사·행정소송 수행 등의 업무를 맡다보니 검찰 내부에선 이른 바 ‘물먹은 자리’로 여겨진다. 고검에서 몇 년간 맴돌다 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사례를 찾기 힘들다.

충남 홍성지청장으로 발령난 염웅철(59) 서울고검 검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채동욱 검찰총장의 연수원 한 해 후배다. 국민수 법무부 차관보다는 오히려 1년 선배다. 그는 최근 고검장급인 15기 동기 6명이 동반 퇴진할 때 현직에 남았다. 법무부 측에서 15기 출신 간부들에게 “후배들을 위해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뜻을 전달할 때 염 검사는 승진과는 거리가 있었던 덕분에 오히려 ‘용퇴 대상’에서 빠졌다. 염 검사는 원주지청장, 군산지청장을 지냈지만 2008년 서울고검으로 발령난 이후 고검에만 머물렀다. 정년을 2년여 남긴 그는 연수원 한참 후배인 최성진(23기) 지청장 후임으로 검사 9명이 소속된 홍성지청을 이끌게 됐다. 홍성지청을 관할하는 이건주(17기) 대전지검장이나 김경수(17기) 대전고검장 역시 연수원 후배들이다. 염 검사는 “계속 고검에 있었던 데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이 없어 인사 통보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며 “다시 한 번 일선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수원 16기인 황보중(58) 대구고검 검사는 경남 진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국민수 차관을 비롯해 임정혁 서울고검장, 이득홍 대구고검장, 김현웅 부산고검장 등 그의 동기들은 이미 고검장·지검장 자리에 올라있다. 황 검사의 일선 지청 경력은 2007년 경주지청장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6년간 다른 보직 없이 서울과 대구고검을 오갔다. 황 검사의 새로운 직속 상관은 연수원 1년 후배인 한무근 창원지검장이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이들의 인사를 내면서 ‘기수 문화 유연화’와 ‘고검 검사들에 대한 동기 부여’를 배경으로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검 검사들의 경륜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에서 두 차례나 탈락하고 비교적 한직을 떠돌았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동병상련’을 느낀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선 검사들은 “장유유서 인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노장 검사들이 일선청에 배치되면 30~40대 젊은 검사들에 비해 업무 추진력이 떨어지고 지방 토호세력 등에 대한 적극적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