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국은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 종료 시한을 2016년으로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2010년 10월부터 2년여 동안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이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2년간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16일부터 협상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내년 3월 19일 만료되는 현행 협정 시한을 연장한 뒤 충분한 추가 협상을 진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측은 당초 3년 연장 방안을 제시했으나 우리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2년 연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은 협상에서 40년 전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체결된 일방적인 협정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중동 국가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등 세계 5위 원전 강국인 한국이 우라늄 저농축 권리가 없어 농축 우라늄을 외국에서 사와야 하는 불합리한 점을 타개해야 한다며 ‘저농축 권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핵폐기물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달하는 만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의 ‘포괄적 권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 부딪쳐 일단 협정 시한 연장 방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정한 조건을 달아 재처리나 농축 권한 행사를 부여하는 ‘제한적 조건부 저농축 권리 인정’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장된 기간을 활용해 재처리·저농축과 관련된 포괄적 권리 확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연구와 연계한 협정 개정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협정 시한 연장과 별도로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수출시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관련된 원자력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미국이 보장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무산
입력 2013-04-19 18:36 수정 2013-04-20 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