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가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일본 정부는 18일 개발도상국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하는 ‘엔 차관’을 증액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발도상국 지원 목적의 정부개발원조(ODA)를 활용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에도 증액된 엔 차관을 전략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분야에서 수출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보유자금을 증액하는 방법이 유력시되고 있다. 정부의 일반 회계예산과 재정 투자·융자로부터의 차입 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이 제공한 엔 차관은 체결국 교환 합의서를 기준으로 약 1조2000억엔(약 13조59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엔 차관 확충에 대비해 ODA 대상국 중 터키와 브라질 등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들에 대한 공여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다.
일본이 새로운 해외수요 창출에 가장 탐내는 분야는 철도망과 공항, 송전망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해외입찰을 시도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부문에도 민관 합동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해외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송전망 등 주변 설비 건설에 엔 차관을 투입하는 유인책까지 내놨다.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꼽히는 첨단 의료기기와 방재(防災) 산업에도 금리를 특별히 인하하는 등의 혜택을 준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엔저로 탄력을 받은 수출기업들의 판로 확대와 함께 ‘국토강인화’ 계획의 건설경기 부양효과를 해외로 넓혀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5월로 예정된 터키 방문을 앞두고 원전을 비롯한 신규 경제협력 안건들의 사전합의에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 차관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의 터키 진출을 촉진해 유럽과 아시아를 상대로 한 수출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경쟁국들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가 자국 수출 기업들의 활로를 뚫기 위해 ‘선심성 원조’까지 동원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日 “엔 차관 증액 추진” 개도국에 저리 대출… 기업 수출촉진 노림수
입력 2013-04-19 18:21 수정 2013-04-20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