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을 수사했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수사 내내 서울경찰청의 지속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줄곧 문제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고위층이 대선 당시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해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주장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임의 제출받아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했다. 권 과장은 이날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선거 개입 의혹 댓글을 찾으려고 78개 키워드를 지정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서울청에서 키워드 개수를 줄이라고 했다”며 “이 때문에 4개 키워드로만 분석해 ‘의심 댓글이 없다’는 중간수사발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4개 키워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이다. 서울청은 키워드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은 16일 오후 11시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긴급 발표했다. 권 과장은 “긴급 발표를 보고 실무자들이 ‘속았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국정원 관련 의혹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국정원 대북심리정보국장 A씨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문병호 비상대책위원은 “국회 안전행정위 차원에서 대선 당시 서울청장인 김 전 청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원세훈 국정원장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경찰 윗선서 축소 지시” 권은희 前 수사과장 폭로
입력 2013-04-19 18:14 수정 2013-04-20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