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동물 불쌍하다고 철창 끊고 구출하면 절도죄
입력 2013-04-19 18:04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박모(42)씨는 2011년 11월 16일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S주말농장에서 굶주리고 있는 개와 닭을 발견했다. 배설물이 쌓인 철장에 갇혀 있었고 녹슨 사료그릇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개소주’를 만들기 위해 개를 키우는 곳이라고 의심한 그는 두세 차례 더 농장에 찾아가봤다. 농장 상황은 비슷했다.
박씨는 같은 달 26일 새벽 3시쯤 협회 남성 회원 3명과 농장을 다시 찾았다. 절단기로 철장의 잠금장치를 자르고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꺼냈다. 이들은 ‘구출한’ 개와 닭을 경기도 포천의 한 동물보호소로 데려가 치료하고 예방접종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주인 한모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관할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동물들을 꺼내 간 것은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한 것은 정당행위이고 절도로 이득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박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일 박씨의 행위가 절도에 해당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