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당적 협력 사례로 기록될 ‘박병석 특사’
입력 2013-04-19 18:38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출국한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에서 17일 박 부의장에게 특사를 제의했고, 박 부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미리 잡아놓은 일정들을 취소한 채 현지로 떠났다고 한다. 정부가 야당 의원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 의원이 대통령 특사 요청을 수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정부와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 등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에서 박 부의장의 출국이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숨진 이후 베네수엘라 정국은 불안한 상태다.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신승을 거뒀으나 야당은 재검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차베스의 후계자격인 마두로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를 파견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실용외교’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박 부의장을 특사로 결정하고, 박 부의장이 특사를 받아들인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베네수엘라 의원친선협회 회장인 박 부의장을 파견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박 부의장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정치인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얘기다. 여하튼 국익과 연관된 외교 문제에 있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여야도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국익을 위해 정부의 특사 요청을 흔쾌히 수용한 박 부의장과 민주당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외교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는 모습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