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의 날’ 연례행사는 이제 그만

입력 2013-04-19 18:35

지난해 장애인 가구의 빈곤율은 38.9%로 10가구 가운데 4가구가 다른 가구의 반의 반 만큼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가구의 부채비율은 94.2%로 전체가구 평균 부채비율 103.6%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체감 빚의 무게가 다르다. 장애인 고용률이 전체 평균인 60%에 한참 못 미치는 3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가구는 같은 돈을 벌어도 병원비 등 줄일 수 없는 소비가 많기 때문에 부채율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오늘 다시 장애인의 날을 맞았지만 대다수 장애인 가구는 빚의 무게에 짓눌려 활짝 웃을 수도 없다. 그간 정부가 꾸준히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펴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기는 힘든 곳이다.

장애인소비자연합이 서울의 대형유통마트 3개 업체 53개 매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공식 지침을 갖추거나 안내 방송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장애인 편의시설 역시 외부 유도블록이 있는 곳은 단 2곳, 내부 유도블록이 있는 곳은 12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주로 카트보관소나 화장실 앞에 있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웠다.

새 정부가 내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7%로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30대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정부가 권고한 의무고용률(2.5%)을 지키지 않은 곳이 무려 76%에 달한 것이 단적인 방증이다. 무엇보다 기업주들이 장애인 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장애는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불가항력적으로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 예기치 않았던 불편함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장애가 아니고 무엇인가.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장애인을 결코 소홀하게 대접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밴 시민이 일등 국민임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