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아파치

입력 2013-04-19 18:35 수정 2013-04-19 18:36

아파치(Apache)족은 미국의 남서부에 사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종족이다. 모피·천으로 된 원추형 천막집 ‘티피’에 거주하며 수렵, 채집, 옥수수 재배 등으로 생활했다. 아파치족 소년들은 지치지 않고 달리고, 날렵하게 몸을 숨기고, 육박전에 뛰어난 전투원이 되도록 길러진다.

1847년 미국-멕시코 전쟁 중 벌어진 ‘타오스 폭동(Taos Revolt)’으로 시작된 아파치족과 미국의 전쟁은 40여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남북전쟁 기간에도 북부 및 남부동맹 모두 아파치족과 전투를 계속 벌일 정도였다. 1886년 9월 4일 전설적인 추장 제로니모가 투항함으로써 전쟁은 막을 내렸다.

제로니모는 역사상 가장 용감하고 명민한 인디언 전사로 통한다. 미군조차 그보다 영리하고 튼튼한 전사는 없다고 인정했다. 당시 미군에게 가장 악명 높은 인디언이었던 그가 오늘날 미국에서 용맹의 상징이 됐다. 공수부대원들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제로니모’라고 외치고 미국은 군사용 헬기에 아파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러니다.

구형 공격헬기인 코브라를 대체하는 우리 군은 대형 공격헬기에 ‘탱크 킬러’로 불리는 아파치 가디언(AH-64E)을 선정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입해 3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길이 17.73m, 높이 3.87m, 로터직경 14.63m다. 최대 이륙중량 10.4t, 최대속도 293㎞, 최대 항속거리 483㎞로 3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레이저 조준으로 최대 8㎞ 거리에서 적의 전차나 벙커를 격파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 16발이 장착가능하다. 또 30㎜ M230 기관총으로 두꺼운 장갑도 뚫을 수 있어 적의 전차부대를 무력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70㎜ 히드라 로켓포, 스팅거, 사이드와인더 등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다.

TADS/PNVS라는 정교한 센서로 야간에도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지상 및 공중 표적 256개를 동시에 탐지하고 우선 타격대상을 자동으로 선정해 조종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롱보우 사격통제레이더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를 태운 공기부양정을 격파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파치 가디언 도입으로 북한의 도발을 어느 정도 억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